수신료를 더 주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 KBS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가 9월30일 방송에서 신뢰도·영향력 1위 JTBC를 통해 무언가 배우고자 했다면 진행자였던 정세진 아나운서가 JTBC ‘소셜라이브’를 두고 “전 한 번도 안 봤어요”라고 말한 대목은 제작진이 편집했어야 했다. 경쟁사 뉴스를 분석해 자사뉴스를 성찰하겠다고 시작한 아이템인데 경쟁사의 디지털 킬러콘텐츠를 한 번도 안 봤다는 걸 언급해 버리면 배우겠다는 의지가 1도 없어 보인다.

‘J’가 JTBC를 다룬 사실 그 자체로도 평가하고 인정할 만하다. 경쟁사를 인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이날 방송에선 권석천 JTBC보도국장이 출연해 “현장을 연결하고 현안에 대해 계속 집요할 정도로 파고 들어간다. 한 발 더 들어간다는 콘셉트에 따른 것”이라며 JTBC만의 메인뉴스 블록편집전략을 소개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얼핏 JTBC 홍보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던 ‘모험’이었다.

9월30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9월30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메인뉴스와 JTBC 메인뉴스를 대비시키며 당시 KBS가 대통령 홍보방송에 나섰다고 밝히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JTBC가 세월호 참사 의제를 지키려했던 진정성에 대한 언급과 JTBC 신뢰도·영향력의 근원이 독립성이란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방송에선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생방송으로 기자와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뉴스수용자들이 손 사장에게 감정을 주입하고 손 사장 질문을 통해 알고 싶은 걸 알게 됐다는 만족감을 갖게 되고, 취재내용을 집요하게 묻는 손 사장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효능감을 선사한다는 분석도 유의미했다. 그런데 정작 KBS는 어떻게 바꿔나가겠다는 이야기를 찾긴 어려웠다.

더욱이 JTBC의 디지털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진행자가 마치 자랑처럼 ‘소셜라이브’를 한 번도 안 봤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기획 취지와 달리 정작 KBS 내부는 평화로운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KBS가 자체 실시한 뉴스프로그램 시청자 인식조사였다. KBS 메인뉴스를 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습관적으로”라고 응답한 사람이 60.5%, “공정·객관보도 때문”이라는 응답이 16.7% 순이었다. JTBC 메인뉴스를 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공정·객관보도 때문”이란 응답이 41.6%, “심층·분석 보도 때문”이란 응답이 26.3% 순이었다. 시청자들은 “KBS보도는 틀에 박혔다”고 말했다.

9월30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9월30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뉴스의 형식보다 뉴스가치를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공영방송 전문가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KBS를 향해 “공급이 부족한 유형의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진단은 좋다. 그래서 KBS는 무얼 할 것인가. 나는 신뢰도 순위보다 KBS기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9월30일 J 방송 감상평은 이러하다. KBS는 변하지 않은 것 같고 기대만큼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손석희 사장이 JTBC를 떠날 때만 기다리는 것 같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 시청자가 KBS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습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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