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의 변화상을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29일 70주년 개교일을 맞은 김책공대를 방문해 격려하고 기념 촬영을 하기 전 교직원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 장면은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북한 인민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장면이 공개되자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보인 겸손함을 따라 배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첫날 순안 공항에서 북한 주민들로부터 화영 인사를 받고 차량에 올라 타기 전 머리를 숙였다. 정상회담 마지막 일정인 백두산 등반을 위해 삼지연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지역 주민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이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직전 특별기에 올라타기 전에도 우리 공항 노동자에게도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특별히 평양을 방문해서 나온 행동이라기보다 평소 감사함의 표시로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다만, 평양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법은 관심을 끌만 했다. 남측 지도자가 평양에 와서 90도로 허리를 접어 인사를 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궁금증이 일었고 우리 언론도 문 대통령의 인사 모습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당시 세계일보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방식은 보통 북한에선 김일성 동상 앞이나 김정은 가족 등에게만 허용되고 있어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면서 “2012년 탈북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통일교육원 책자에 따르면 북한에서 인사는 ‘수령의 것’과 ‘인민의 것’ 두 종류로 나뉜다.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건 ‘수령의 것’으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그 가족에게만 허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90도로 ‘폴더 인사’한 것은 주민을 ‘최고존엄’으로 대한다는 행위로 풀이될 수 있어 상당히 파격적으로 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가 북측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고 낯설지만 신선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도 공개석상에서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의 변화상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 방문 내용을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기념사진 촬영 직전 김책공대 교수·연구사들에게 인사하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방영했다. ⓒ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 방문 내용을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기념사진 촬영 직전 김책공대 교수·연구사들에게 인사하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방영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머리 숙여 인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5년 1월 1일 육성 신년사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월 1일 신년사를 할 때도 “조선 인민에게 가장 숭엄한 마음으로 뜨거운 인사를 보내며 희망찬 새해의 영광과 축복을 삼가 드린다”고 말하고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김 위원장은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자리에 서고 보니 나를 믿어주고 열렬히 지지해주는 우리 인민을 어떻게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언제나 늘 마음 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서 지난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명 자아비판 화법이라며 자신을 낮추고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중 앞 공개적인 자리에서 신격화된 존재가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숙였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 새로운 리더십의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원산 구두 공장을 방문할 때 노동자들을 만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올해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열린 노병대회의 참가한 인민군 참전 노병들과 기념찰영을 할 때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열린 노병대회의 참가한 인민군 참전 노병들과 기념찰영을 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 사진= SBS 보도 화면
▲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열린 노병대회의 참가한 인민군 참전 노병들과 기념찰영을 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 사진= SBS 보도 화면

김 위원장이 김책공대를 찾아 머리를 숙여 인사한 것도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법에 이어 도드라져 보인 것일 뿐 특별한 게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재미동포 신은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국제공항에 나온 환영인파에 허리 굽혀 답례인사를 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는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며 북한도 어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물론 북한에 변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모습은 낮선 장면이 아니다. 사진에서 보듯 북한의 지도자도 인민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미흡한 성과에 대해 사과도 한다”고 밝혔다. 신씨가 올린 사진은 신년사를 할 때, 현장 지도 방문시 김 위원장이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다.

신씨는 “우리는 북한에 새 지도자가 등장할 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위험한 인물은 아닌지, 믿어도 되는지 등 의심을 하고 우려도 한다. 북한 주민들도 똑같다”며 “특히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6.15선언과 10.4선언이 사장되는 것을 보며 남녘의 대통령을 불신하게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 성품은 어떤 분인지 등등. 그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허리 굽혀 환영인파에 답례인사를 하는 모습은 북한 주민들을 안도케 했으며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엄청난 감동을 준 것”이라고 썼다.

지도자가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 시대 종종 보여왔던 일로 특별하다라고 생각하는 게 편견이라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법에 대해서도 북에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상징으로서 문 대통령의 인사법이 뇌리에 남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받고 변화상으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념적인 편견에 따른 해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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