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승선근무예비역 등 산업현장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군 대체복무요원을 상대로 한 갑질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지난 2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한 청년의 제보다.

“회사에서 2년간 일반사원으로, 3년간 산업기능요원 총 5년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월급은 적었지만 일을 배우며 군대를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그런데 회사는 청년의 업무불찰로 손해가 4000만 원이 발생했다며 1년 동안 월급 50%를 공제했다. 자동화 기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책임을 청년에게 떠넘겼다. 5년 동안 일했는데 퇴직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고, 연차 36일 분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5년 동안 매일 30분, 주 1~2회 90분 잔업을 시키고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월1회 점심시간에 강제로 예배를 하게 했다. 근로계약서도 배부하지 않았고, 취업규칙도 게시하지 않았다.”

불법투성이다. 근로기준법 제43조를 보면 임금은 손해배상금을 공제하고 지급할 수 없다. 노동자 과실로 사용자가 손해를 입더라도 임금은 지급하고 손해배상을 따로 청구해야 한다. 군 대체복무요원들은 해당 사업장에서 쫓겨나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을 감내하는 게 보통이다. 심지어 상사가 군 대체복무요원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너희 지금 몇 시야? 다 튀어 들어와, 이 새끼야. 니네가 6시에 옷 갈아입고 나가려면 작업장에서 몇 시에 나온 거야? 들어가 이 새끼야. 니네 들은 적 없어? 이렇게 씨발, 악을 쓰고 얘기해야지 들어 처먹어? 야, 개새끼! 다리 꼬고 있는 거야? 다 오늘 출근 안 한 걸로 해버려”

이는 직장갑질119가 30일 공개한 전남의 한 식품제조회사 임원이 산업기능요원에게 퍼부운 욕설 녹취록 일부다. 이 회사는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한 기숙사비를 임금에서 공제했고 자격증도 없는데 지게차를 몰도록 했다고 전했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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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체복무요원을 향한 갑질은 민간기업 뿐 아니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제보 온 대체복무요원 갑질 중 30%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전문연구요원이었다”며 “사무관(5급 공무원)이 요원에게 ‘군대 안 다녀와서 저렇다’ ‘군인이니까 엘리베이터 이용하면 안 된다’ ‘군대 보내버리겠다’는 말을 하며 퇴사를 협박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군 대체복무요원이 상사 갑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다.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구민회씨(3등기관사)는 승선근무예비역으로 일하던 중 최아무개씨(2등기관사)가 괴롭혀 이를 회사에 알렸다. 회사가 묵살하자 구씨는 주변인에게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와 회사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병무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이 1만3000여명, 연구기관 전문연구요원이 2500여명, 해운·수산업체 선박 승선근무예비역이 1000여명이다. 인력을 배정받는 민간업체는 2018년 4월 말 현재 9569곳이다. 적지 않은 곳에서 군 대체복무요원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병무청과 고용노동부는 갑질 근절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직장갑질119는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군 복무대체요원도 노동자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복무관리규정이나 근로기준법 위반은 병역지정업체 취소사유이므로 정부는 요원들이 인권침해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무청과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예측 가능한 일제단속이 아니라 수시단속, 상시점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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