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열린 제주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 중 동성애 반대 단체 회원들이 맞불집회를 열어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주최측 차량에 사람이 치였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실제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한 결과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언론보도대로라면 주최측 차량이 거래행진을 막는 동성애 반대 단체 회원을 차량으로 치여 사상자를 낸 심각한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크리스천투데이는 29일 오후 6시 18분 입력한 기사에서 독자제보라고 쓰인 사진을 통해 주최측 차량 아래에 있는 남성 사진을 실고 “‘퀴어축제 측 차량이 동성애 축제를 반대하는 시민을 깔고 지나갔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해당 남성은 수원지역에서 찾아온 목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축제 반대 측인 제주도기독교교단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오후 2시 축제장으로부터 약 800미터 떨어진 제주시청 광장에서 맞불집회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집회 도중 충돌은 있을 수 있지만 사상자를 냈다며 가해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병원까지 실려 갈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면 주최 측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크리스천투데이뿐 아니라 보수 성향 매체들은 “제주 퀴어축제 측 행사 차량, 반대집회 측 시민 덮쳐”, “제주 퀴어문화축제 차량, 사람 밀고 지나가 119 출동, 의식 불명”, “제주 동성애 축제차량에 반대시민 깔아뭉개 ... 119출동”, “제주 동성애 축제차량에 반대시민 깔려 119출동”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제목으로만 봐도 주최 측이 행진을 강행하다 반대 측에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크리스천투데이 보도 내용.
▲ 크리스천투데이 보도 내용.

하지만 관련 보도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행진을 반대하는 한 남성이 스스로 정지된 차량 밑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자신이 쓴 보도 내용과 180도 다른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날 밤 10시 58분경 크리스천투데이는 “제주퀴어문화축제 행사 차량 아래로 한 남성이 스스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된 동영상이 SNS에 29일 공개됐다”며 “앞서 해당 남성이 이 차량 아래로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 현장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여러 추측이 있어왔다. 이 남성은 퀴어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정작 자신들이 주최 측 차량에 치였다고 보도해놓고 영상이 공개되니 현장 참가자들의 추측이었을 뿐이라고 발뺌을 한 셈이다.

반면 뉴시스는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2동 신산공원에서 성소수자 행사인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는 가운데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 시민들이 퍼레이드 차량 밑으로 들어가 행진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주경제신문이 이날 진행된 행사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보면 행진을 하기 위해 주최측 차량인 트럭이 길가에 들어서자 행진을 반대하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길바닥에 누워 막아섰고 차량이 멈추자 한 남성이 차량의 중간 부분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주최 측은 동성애 혐오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차량에 치인 것처럼 사진을 찍고 보수 성향 언론들이 차량에 치였다는 보도를 내서 가짜뉴스를 확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을 목격한 한 참가자는 남성이 차량 밑으로 들어가 더 이상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자 조직위에서 트럭을 두고 행진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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