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법안 재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는 해외에서도 여러 논란을 낳았다. 오히려 일상적인 자전거 이용 문화를 후퇴시키고, 사고 부상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맨머리유니언, 두발과 두바퀴로 다니는 떼거리,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정의당 서울시당, 녹색당 서울시당 등 10개 단체는 29일 오후 광화문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은 시행 전부터 사회적인 비판을 받았다”며 “이에 국회에서는 벌써부터 법개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여의도에 실시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헬멧 대여사업은 분실과 이용률저조 등 자전거 헬멧의무화 착용이 공공자전거에 미칠 영향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전거 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의 일방적인 정책시행이 빚은 결과이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헬멧 착용 의무화를 명시하긴 했지만 이를 어길시 불이익은 없다면서 반대 움직임에 난감한 모습이다.

▲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반대 기자회견 포스터.
▲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반대 기자회견 포스터.

도로교통법 재개정안도 발의됐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동네에서 잠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등 자전거를 잠시 이용하거나 공용 자전거를 빌려 타는 등 인명보호 장구를 매번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음에도 인명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에 자전거 운전자들에게 인명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하여야 할 의무 대신 착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재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어린이를 자전거에 태우는 경우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토록 했다.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문화가 헬멧 착용 의무화로 인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날 집회에 나온 단체들은 “헬멧 의무화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어 자전거 이용률이 급감하게 될 것”이라며 “왜 약자를 보호하려 하지 않고 약자에게 스스로 안전을 지키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전거에 도로의 한 차선을 내주는 게 되려 자전거 이용 문화를 확산시키고, 안전을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도 주장한다. 기존 자전거 도로는 명목상 자전거 도로일 뿐 인도와 뒤섞여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기태씨는 “인도와 뒤섞인 자전거 도로는 OECD 가입시 여러가지 지표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나온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오히려 자동차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자전거족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를 받지만 인도상 자전거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강자로 취급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안전하게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도로에서 약자인 자전거 이용자에게 헬멧 착용과 같은 의무를 지우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반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행진하는 모습. 사진=김기태.
▲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반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행진하는 모습. 사진=김기태.

도로에서 속도를 내고 장거리 운동을 하는 전문 동호인의 경우 도로교통법 개정 이전에도 사고 위험성을 인지해 동호인 내에서 헬멧 착용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상에서 타는 경우 등을 포함해 천편일률적으로 헬멧 착용 의무화를 강제하는 것은 규제일변도의 관료식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가 곧 머리부상 방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1993년도부터 헬멧 착용 의무화 제도가 시행돼 40%대였던 헬멧 착용률이 90%대까지 올랐다. 헬멧착용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고 처음 3년 동안 자전거 사고시 머리부상 비율은 19% 감소했지만 이후 10년 동안 머리부상 사고율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김진태 이사장은 “어린이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시애틀의 경우 어린이가 헬멧을 쓰고 사고를 당해 머리에 부상을 입은 비율은 2%였고 머리 외의 다른 신체의 부상율은 21%였다는 통계가 발표됐지만 전체 어린이 인구로 비율을 비교했을 때 3%에 그쳤다”며 헬멧 착용으로 인한 부상 방지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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