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민원조작을 통한 청부 방송심의로 인한 제재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8일 오후 논평을 내고 청부심의로 인한 제재를 취소하지 않은 데 대해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며 “부적법한 절차에 따른 심의 결과를 토대로 취한 행정제재조치에 대한 직권취소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단독] 방통위, 박근혜정부 청부심의에 “절차 하자 없다”)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업무감사 결과 김아무개 전 팀장이 2011~2017년까지 윗선의 지시를 받아 46건의 방송 관련 민원을 제3자 명의를 도용해 작성했고 이 가운데 33건(법정제재 19건, 행정지도 14건)이 실제 제재가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김 전 팀장을 해임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위원들이 직접 방송심의 안건을 상정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민간인 명의로 민원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4월19일 방송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 김 전 팀장의 청부민원을 다량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4월19일 방송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 김 전 팀장의 청부민원을 다량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런데 미디어오늘이 27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청부 심의’ 관련 조치내역에 따르면 방통위는 법률자문을 토대로 청부 민원이라 하더라도 민원 제기 후 심의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행정 처분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심의는 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가 전담하지만 심의 결과에 따른 행정 처분은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해 제재 취소 권한 또한 방통위에 있다.

그러나 변재일 의원의 의뢰로 국회입법조사처가 외부 전문가로부터 판단을 구한 결과 행정제재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민원 제기가 부적법하면 이후 절차가 무효인 것은 상식”이라며 “방통심의위 전 위원장, 전 부위원장 그리고 간부가 굳이 부적절하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청부 심의를 지시하고 실행한 것은 정권의 방송 장악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심의를 악용하면서도 그 실체를 숨기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방통심의위의 대응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언련은 방통심의위가 민원조작을 한 김 전 팀장의 징계 과정에서 장기근속 등의 이유로  파면에서 해임으로 감경한 데 대해 “징계 감경에 대해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방통심의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조직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팀장이 타인 명의로 넣은 민원으로는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2015년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2016년 JTBC ‘뉴스룸’의 사드배치 외신오역 △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인공기를 나란히 배치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등이 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중징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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