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부 재정정보시스템에서 얻은 자료를 공개하며 연일 정부가 예산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회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사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대 정부(청와대)의 업무추진비 규모를 비교하면서 이번에 공개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가 최저 수준으로 확인돼 오히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과거 정권을 비판하는 소재가 되는 모습도 보인다.

심 의원은 제기한 의혹은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의 예산운영 지침상 심야 및 주말에는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는데 이자카야 등 술집에서 사용한 내역을 들어 예산 남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는 예산운영 지침상 업무시간 외 사용시 증빙서류 등을 제출할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며 증빙서류상 문제가 된 내역은 없다고 반박했다.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를 통해 쓰는데 시스템상 단란주점과 같은 곳에선 쓸 수 없다고도 밝혔다.

카드사의 코드 입력 오류도 나왔다. 해외에서 사용된 클린카드의 업종 분류 내역을 확인한 결과 실제 한방병원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도 않았는데도 카드사는 국내 코드에서 병원으로 입력해 오류로 드러났다.

청와대 행정관 및 비서관들이 회의 수당을 수령했다는 의혹도 청와대 공식 채용 전 자문위원회에 속해 민간인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해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나왔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청와대는 “2013년 회계연도 예비비 사용총괄명세서에 따르면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설치 및 운영 경비’ 명목의 예비비는 총 43억 2천2백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중 일부가 인수위 직원들의 활동비로 지급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인수위를 구성할 때 예비비를 편성해 직원들의 활동비를 지급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 정부 출범 때는 인수위를 구성치 않으면서 민간인 신분의 자문단에게 수당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심 의원의 주장이 마치 정부 예산을 부적절하게 펑펑 쓰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판단해 일부 구체적인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심 의원은 자료 중 미용관련 서비스업에 모두 3건, 18만 7천원이 쓰였다고 주장하며 부적절한 예산 남용이라는 지적했는데 평창소재 리조트에서 미용관련 서비스 내역으로 6만 6천원이 쓰인 것을 분석한 결과 평창올림픽 모나코 국왕 전담경원 요원 2명이 혹한기 경호작전을 수행 중인 군인과 경찰 10명을 위로하기 위해 목욕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나왔다. 1인당 비용은 5천5백원이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혹한기에 고생한다고 목욕비 내준 게 걸렸는데 요구르트 하나도 안 사준거냐’라고 썼다. 예산을 남용하고 있다는 심 의원의 주장을 비꼰 것이다.

역대 정부의 업무추진비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대선일인 지난해 5월 9일까지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업무추진비로 10억 5010만원을 쓴 것으로 나왔다. 해당 기간은 국회 탄핵안이 가결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3억 9956만원을 쓴 것으로 나왔다. 하루 평균 업무추진비로 따지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807만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768만원을 쓴 것이다.

KBS가 지난 2013년 회계연도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청와대 업무추진비는 159억8천8백만원이 쓰인 걸로 나왔다. 당시 청와대 직원 425명으로 총액을 나누면 1인당 3762만원 꼴이다.

지난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와대 의약품 구입현황 자료에 부적절해 보이는 의약품을 청와대 경호처와 대통령 경호실, 청와대 경비단, 대통령실이 구입한 사실도 이번 문재인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과 비교해 언급되는 사안이다.

국회 업무추진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 문제로 소송 중인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8년도 주요 기관 및 부처의 업무 추진비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의 업무추진비는 71억9432만원, 국회는 103억4572만원으로 나왔다.

하승수 대표는 “청와대에는 없는데 국회에는 있는 돈이 있다”며 국회 예산 중 예비금이라는 항목의 예산이 13억원이라고도 밝혔다. 하 대표는 “국회는 매년 책정되는 예비금 13억원 중 절반인 6억5천만원은 특수활동비로 쓰고, 6억5천만원은 특정업무경비로 쓰는 걸로 알려져 있다”며 “특수활동비는 영수증도 붙이지 않고 쓰는 돈으로 알려져 있고, 특정업무경비는 단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돈이다. 심재철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하던 시절인 2017년 1월에 이 예비금을 어떻게 썼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비공개를 해서 소송을 하고 있다. 1심에서 이기고 항소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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