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분류기준에 플라스틱과 타이어 등 재생이 어려운 폐기물 연료(SRF:고형연료)까지 포함돼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에너지공단 주최로 28일 국회에서 열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분리를 위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에 포함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각각 포함된 에너지원들이 근거없는 분류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법안을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로 분리하고 각각 그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팀장은 재생에너지의 분류 기준과 관련해 국내외 사례를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에너지에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을 액화 가스화한 에너지 및 중질잔사유를 가스화한 에너지’, ‘석유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등이다. 

재생에너지는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서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생물자원을 변환시켜 이용하는 바이오에너지’. ‘폐기물 에너지’, ‘석유, 석탄, 원자력 또는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우리나라가 분류하고 있는 신에너지 자체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폐기물에너지 가운데 폐가스, 산업폐기물, 시멘트킬른보조연료, SRF(고형연료), 정제연료유와 수열에너지, 전력저장 설비 등을 IEA는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제기구의 기준은 ‘비화석연료, 재생가능성(지속가능성)’이다.

조상민 팀장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분류 기준이 없어 비재생 폐기물도 포함시킨다. 고형폐기물(SRF) 외에 액체(정제연료유), 기체(폐가스) 성상의 폐기물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조 팀장은 “1차 에너지로 투입된 화석에너지에서 파생된 폐기물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1차에너지에 다시 포함돼 이중으로 계산된다. 통계가 과대 추정되는 문제도 낳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IEA는 지열‧수열에너지 등 ‘히트펌프’로 불리는 온도차에너지를 에너지원이 아니라 기술로 판단해 제외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열에너지(지열 히트펌프)와 일부 수열에너지(수열 히트펌프)를 포함시키면서도 그 기준과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조 팀장은 공기열 및 수열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고, 열원의 자연열, 인공열 구분 혹은 비율 측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생에너지로 보기 어려운 에너지들은 재생에너지 분류에서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정부가 오랫동안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과 대별되는 항목으로 ‘재생에너지’라는 범주를 ‘신재생에너지’와 묶어서 다루는 바람에 비재생 폐기물까지 포함시키는 ‘착시 효과’를 유발해왔다”고 했다.

한재각 소장은 신에너지와 함께 통계에 잡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가 (비율 면에서) 과장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에너지와 재생불가능한 폐기물 에너지에 ‘REC(신재생에너지인증서-정부가 사업자에 주는 인센티브)’라는 정부지원이 이뤄지는 것을 두고 한재각 소장은 “REC가 부여되고 연구개발 투자 지원도 지속되면서 논리적 허점을 보인다”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법’에서 신에너지와 비재생 폐기물 에너지를 빼고, IEA 국제기준에 따른 재생에너지만을 지원하도록 ‘재생에너지법’으로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28일 국회에서 열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분리를 위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조현호 기자
▲ 28일 국회에서 열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분리를 위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토론회에서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한 소장은 석탄에 기반을 둔 IGCC(석탄가스화발전)은 재생에너지와 아무 관계가 없고, ‘연료전지/수소에너지’의 경우 이들은 일종의 ‘에너지 매개체’로서 대부분이 부생가스나 천연가스에 기반을 둔 것으로서 이 또한 재생에너지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신에너지에 사실상 보조금을 부여하는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은 정당성을 가지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주진 변호사(사단법인 기후솔루션)도 신에너지로 분류돼 있는 연료전지와 IGCC에 정부 보조금이 지원돼온 것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재각 소장은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를 합치는 바람에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에서 핵심이라고 할 만한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2016년 현재 20%를 넘지 못한 반면, 주로 화석연료로부터 유래한 폐기물 에너지의 비중이 50~60%에 달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용 부산대 교수도 재생에너지가 자연으로부터 와야 하고, 공급속도가 소비속도보다 빨라야 한다며 여기에 부합되지 않으면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에 포함돼 있는 ‘비재생폐기물’을 집중 지적했다. 그는 “(재생이 가능한) 생물에서 기원한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폐기물에너지의 (재생여부를) 분류하는데 합리적”이라며 “국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비재생 폐기물’은 신재생 분류에서 제외해야 한다. 다른 에너지 다양화 차원에서는 모르겠으나 재생에너지 분류에서는 빼자는 것이다. 폐가스나 정제연료도 제외하고, 통계에서도 제외해야 한다. 특히 플라스틱과 타이어를 어떻게 재생에너지로 분류할 수 있느냐. 분명히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지열‧수열에너지 등 온도차에너지(히트펌프)의 경우 대부분 유럽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어 엄격한 열효율을 기준으로 국가 에너지 효율에 기여할 경우에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에너지로 분류된 에너지에 대해 “미래의 친환경 구현을 위해 필요한 기술인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나중에 안하더라도 당장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정부지원이 사라지면 정책의 비일관성으로 산업이 사장되고 기술이 해외유출 될 우려가 있다. 정부 신뢰성 하락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권표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에서 연료전지와 가스발전을 기저로 하고, 그뒤에 재생에너지를 붙이면 된다”며 “밀양송전탑과 같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송전선로를 지날 때 생기는 갈등 비용을 연료전지에 투입해주면 된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분리보다 통합의 시너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국가가 살 것인지, 에너지가 성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기본 방향은 분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국제적 흐름도 그렇다”면서도 “신에너지 분리 문제는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에 고려해서 합리적 솔루션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폐기물에너지 활용 경로. 이미지=한국에너지 공단
▲ 폐기물에너지 활용 경로. 이미지=한국에너지 공단
이 과장은 비재생 폐기물을 신재생에너지에서 빼는 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장은 “이것을 제외하는 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 통과되고 현재 법사위에서 계류중”이라며 “3주전에 1차 논의가 됐고, 조금 더 논의해 소위에서는 통과될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에 비재생폐기물은 조만간 제외될 것으로 본다. 다만 통계가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재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가 구별없이 사용되고 있어 다 재생에너지라 착각하게 하고, 정책 혼선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복 이투뉴스 기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을 두고 “변변히 내세울 기업도 마땅치 않고, 보급실적도 OECD 최하 수준”이라며 “정부의 지원정책에 기생해 상용화와 잠재력은 따져보지도 않고 정부 예산에 기대 안분지족 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수소차에 열을 올리는데, 기술축적의 시간을 간과하고 있다. 과연 그많은 수소를 어떻게 얻겠다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맹목적으로 보급한 경향이 있다. 수소차도 또다른 괴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 28일 국회에서 열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분리를 위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28일 국회에서 열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분리를 위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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