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을 방송사 구성원의 핵심 노동조건으로 규정한 언론노조-지상파 산별협약을 두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방문진) 야권 이사들이 반감을 드러냈다.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최근 지상파 4사가 체결한 산별 협약 결과를 보고했다. 지난 6월 산별 교섭을 시작한 지상파 방송4사(KBS·MBC·SBS·EBS)는 지난달 31일 △공정방송 △제작환경 개선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진흥 등 3개 분과 합의안을 냈다.

공정방송 협약은 MBC 해직 언론인 해고 무효소송 등에서 재판부가 공정방송을 방송사 구성원의 핵심 노동조건으로 규정한 데 비춰, 정치적 환경 변화로 방송 공정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 및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 골자다. 편성·보도·제작 책임자 임명 시 제작 종사자 의견을 반영하고, 경영진 성향에 치우치지 않는 노사 동수 공정방송 기구 설치 등이 주요 내용이며 각 방송사들이 노사 협의로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도록 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제11기 이사진. 사진=방송문화진흥회 제공
▲ 방송문화진흥회 제11기 이사진. 사진=방송문화진흥회 제공

조능희 본부장은 “보도·편성·제작 책임자 임명과 관련해 SBS나 KBS는 임명동의제나 중간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임명이나 평가 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MBC 노사 협의체인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는 김재철 사장 재임 시기인 지난 2011년 이후 사측 비협조 등으로 개최되지 못했다. 지상파 산별 협약은 노사 동수 공정방송 기구에 공정방송을 저해한 구성원에 대한 징계 심의 요구권을 부여해 부당한 지시·압력을 방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MBC는 김재철 사장 시절 사측이 단체협약을 해지함에 따라 약 6년째 ‘무단협’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MBC 경영진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MBC본부)는 오는 11월 이내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교섭을 진행 중이다.

야권 추천 이사 3인은 이날 공정방송 기구와 관련해 줄곧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강재원 이사(바른미래당 추천)는 “공정방송이 핵심적 노동조건으로 규정되려면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며 “공정방송이 노동조건이냐는 부분이 MBC의 정책적 틀로 전환되는 게 맞느냐는 점을 고민한 뒤에 산별 협약이 체결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 이사는 “사측과 노측 간 공정성 개념 정의 다르면 노조가 공정방송 요건 갖추지 않았다고 하면 파업이 가능해진다. 사측에서 공정성 개념 갖고 이견이 상충될 경우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경우가 오고 영업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임 MBC 경영진이었던 김도인 이사(자유한국당 추천)는 “공정방송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언론노조가 공정방송이라고 보는 게 완전 ‘클리어’하지 않지 않나. 비노조원에 대해 공정방송 관련 징계를 하지는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단협에 따르면) 공정방송기구는 구성원 징계심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수행해야 한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징계요구권과 오버랩이 되면서 (공정방송기구가) 상시적인 진실미래위 또는 정상화위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능희 본부장은 “공정방송이 근로조건이라는 개념은 어느 방송이 공정방송이라는 의견이 아니다. 어떤 방송을 하든 공정방송을 위한 절차적인 내부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쪽 저쪽 몇 대 몇으로 의견을 들어서 하는 방송이 공정방송이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 본부장은 “언론노조가 근로자 대표이기 때문에 근로자 대표와 경영자 대표가 합의한 게 전부다. 방송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정하게 할 것인가는 내부적으로 토론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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