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20년 일하신 분들도 최저임금, 연봉 3000~4000만원이에요. 업체가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추면서 가니까 그렇죠. 사실 저희가 진짜 억울하게 생각한 거는 다쳐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거였어요.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얼마나 억울했냐면 일하다가 손이 째지고 다쳤는데 병원비조차 안 줬고요, 병원 가는 것도 조퇴나 연차를 써서 가야 했어요. 이런 부당한 것 때문에 노동조합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정규직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진짜 그랬어요. 관리자들한테 핍박받고 그러니까.”

지난 20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을 점거농성 중인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이진성 조직부장의 말이다. 그는 16년째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지만 2차 업체라 임금도 노동조건도 최악인 상태로 일해야 했다. 소위 2차 하청밴드 문제가 그의 말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불법파견은 일종의 먹이사슬처럼 체계화돼 있다. 풀이 자라면 초식동물이 먹고, 초식동물을 육식동물이 먹고, 그리고 최종 소비자인 사람이 먹는 양상과 닮았다.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에서 사람은 현대기아차그룹, 재벌밖에 없다. 실제로도 그렇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람취급 받지 못한다. 법에 나와 있는 산업재해 인정은 고사하고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다. 1차 하청업체가 정규직 임금의 70%를 받는다면, 2차 하청업체 노동자는 1차 하청의 70%를 받는다고 했다.

▲ 지난 20일부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점거농성중인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흰 소복을 입고 단식중이다.  사진제공=금속노조
▲ 지난 20일부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점거농성중인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흰 소복을 입고 단식중이다. 사진=명숙

특별채용으로는 불법파견 끝낼 수 없어

그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가 올 초 발표한 특별채용 3500명에도 2차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빠져 있다. 왜 2차 업체는 빠져 있나? 2차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차 업체와 달리 합법 도급인가. 아니다. 동일하게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어 불법 파견이다. 하지만 중간에 업체를 끼운 덕에 2차 업체 노동자들은 최악의 상태에서 최악의 임금을 받고 일한다. 노골적인 중간착취의 현장이 현대차다.

한국 노동법은 중간착취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 배제)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하지 못 한다’고 적혀 있다. 사람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노예제도와 다를 바 없다고 봐서다. 그러나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생기고 사람장사인 파견은 합법이건 불법이건 우후죽순 퍼지고 있다. 그나마 현행 파견법에서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파견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자동차 등 자동차업계는 불법으로 파견을 하고 있다.

2005년부터 본격화된 불법파견투쟁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핵심에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이 있다. 처벌받지 않는 불법파견 사용주 현대기아차 재벌이 있는 한 정부의 불법파견 해결은 말뿐인 셈이다. 특히 왜 특별채용으로는 불법파견 문제를 끝낼 수 없는지 농성 중인 현대차 3지회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울산, 전주, 아산)에서 활동하는 노조활동가들에게 물었다.

현대차 특별채용 3500명에 2차 하청업체는 배제

울산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최병승이 낸 불법파견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2010년 대법원 판결(2012년 대법원

▲ 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를 소재로 5행시를 지었다.  사진=금속노조
▲ 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를 소재로 5행시를 지었다. 사진=명숙
확정 판결)로 최종 승소하고 2012년 울산 송전탑에서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가 고공농성한 뒤 여론이 안 좋아지자, 현대차는 특별채용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데 특별채용은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소송을 취하해야 했고, 근속도 일부만 인정했다.

현대차 특별채용 방식과 기아차 특별채용의 차이점은 현대차는 특별채용에 응시 가능한 조건이 있다. “직접생산 하도급” 이 문구는 1차 업체만 특별채용에 응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1차 업체에 속한 조합원일지라도 특별채용에 응시하려면 노조를 탈퇴해야 하기에 노조탈퇴까지 강요받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파견 당사자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쏙 빼고 현대차 원청과 정규직 지부가 합의해버린 것이었다. 무엇보다 법원도 2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현대차에 불법 파견된 노동자라고 인정했지만, 특별채용에서 2차 업체는 배제해 사실상 불법파견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었다.

“작년 1월에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가 특별채용안을 말했어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정민기 지회장은 특별채용에 2차 업체가 배제되는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특별채용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정규직노조는 2016년 3월21일 합의의 연장선이라며 진행했어요. 이건 절대 안 된다. 2016년도 합의가 있고 11개월 뒤인 2017년 2월10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왔어요.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핵심은 현대기아차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이다. 즉 1차 업체, 2차 업체 구분 없이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는데, 무조건 2차 업체 배제라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현대차 비정규직 전주지회 이병훈 지회장은 “소송에서 우리 하청노동자가 계속 이기는데 그런 합의를 할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불법파견 당사자인 비정규직지회가 빠진 합의라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더구나 지난 8월1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행정개혁위가 불법파견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고 비정규직지회와 직접교섭을 권고했으니 지금이야말로 불법파견을 끝낼 중요한 시점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아산지회 지현민 사무장은 “특별채용 이후 1차 업체에서 일하던 몇 명은 정규직으로 일하더라도 2차 업체는 불법파견으로 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현민 사무장은 “정규직하고 합의한 3500명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다 해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행정개혁위 권고 나오기 전까지 3500명이면 해소되는 걸로 사람들은 알았죠. 당시 언론에서도 그렇게 보도했죠. 그런데 행정개혁위 권고안이 나오고 나서 노동부와 면담했고, 노동부 요청에 의해서 노사 양측이 불법파견 대상자 파악을 진행했는데 사측 자료에 의하면 6400명이었어요. 노측 자료보다 훨씬 더 많아서 놀랐어요. 사실 노조가 현대차 공장 안에 있는 2차 업체를 모두 파악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아서 몰라요. 울산 같은 경우는 공장이 엄청나게 크고 인원이 많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산도 2차 업체가 4개만 있는 줄 알았지만 회사가 노동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까 17개 업체가 있는 거예요.”

울산의 경우 현재 일부 확인된 2차 업체가 21개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차는 3500명 특별채용 발표해서 그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특별채용은 1석2조도 아니고 1석4조다.

▲ 27일 저녁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단식중인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첫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금속노조
▲ 27일 저녁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단식중인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첫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명숙

우선 소송 취하를 종용해 불법파견 범죄의 흔적으로 지우고, 소송 취하에 따른 임금차액분도 회사가 챙길 수 있다. 법원은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그간 받지 못한 정규직 임금과 차액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당사자를 배제해 노조(비정규직지회)를 약화시키고 불법파견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법원 판결의 핵심은 ‘현대차와 하청업체가 맺은 계약의 목적이 일의 완성이 아니라 노동력 제공 자체이고, 하청업체가 고유기술, 자본, 전문적 기술, 특화된 업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이다. 현장은 여전히 2차 협력업체를 통해 자동차를 만들고 있으니 불법파견의 체계는 유지되는 셈이다. 특별채용 과정을 노조 무력화로 이용하고 있다.

“특별채용으로 1차 업체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이 정규직으로 옮겨가고 나서 전주 같은 경우는 조합원이 6명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전주는 정규직인 현대차 전주위원회와 함께 조직화 사업을 해서 조합원을 100명 가량 조직했는데 특별채용 하면서 또 대규모 탈퇴가 시작된 거죠.”

그래서 현대기아차 6개 비정규직지회는 원청인 현대기아차그룹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부당하게 뺏긴 걸 되돌려 받으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이 필요하다. 그래야 꼼수 없는 직접고용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15년째 묵인한 노동부, 이제는 시정명령 내려야

이 문제를 15년째 방기한 노동부 덕에 현대기아차 그룹은 직접고용을 이행하기보다는 기아차 비정규직 특별채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더 이상 노동부를 그냥 볼 수 없어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농성을 시작했다.

실제 행정개혁위의 권고가 발표됐을 때 현장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드디어 불법파견을 끝낼 수 있구나 하는 기대와 노동부의 그간 행태로는 행정개혁위의 권고를 받지 않을 거라는 불신이 동시에 나왔다고 했다.

실제 노동부는 불법파견을 인정한 2004년 이후 15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2004년 노동부에 현대차가 위장도급, 즉 불법파견을 하고 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위장도급이란 통상적으로 원청업체가 실체도 없는 사내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불법행위다. 노동부는 5개월 동안 현대차 전수조사를 통해 울산(101개), 아산(12개), 전주(14개) 공장 127개 사내하청업체 9234개 모든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2004년 9월 노동부는 현대차 사측에게 시정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사측 경영진이 ‘완전 도급화 개선계획’ 자료를 제출하자 부실하다며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게 전부다. 그 후 2010년 7월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들의 고공농성 후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자 특별채용이라는 꼼수를 쓴 이후에는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어제 이재갑 신임 고용노동부장관은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와 현대기아차 원청이 직접교섭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 노력이 말뿐인지 아닌지 두고 봐야 한다. 15년간 끌어온 불법파견으로 고통 받아온 노동자들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시정명령과 처벌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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