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재정정보시스템에서 얻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비정상시간대 사용내역 공개에 이어 이번에는 청와대 참모진들이 소관 업무회의에 참석하면서 수당을 받았다며 내역을 공개했다. 많게는 3백만 원 넘는 금액인데 자기 소관 이외의 위원으로 위촉됐을 경우에 한해 회의비를 지급할 수 있는 예산운영집행지침을 위반했다는 게 심 의원 주장이다.

심 의원이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윤건영 상황실장은 모두 21차례 315만 원의 회의참석 수당을 받았다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송인배 정무비서관(21차례·315만 원), 백원우 민정비서관(5차례·75만 원),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2차례·30만 원), 김봉준 인사비서관(14차례·210만 원),

권혁기 홍보수석실 춘추관장(21차례·315만 원), 탁현민 비서실 선임행정관(9차례·135만 원), 김원명 뉴미디어비서관실 선임행정관(10차례·150만 원), 강태중 국민소통수석실 춘추관 국장(19차례·285만 원), 고민정 비서실 부대변인(11차례·165만 원), 홍일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9차례·135만 원), 김재준 제1부속비서관실 행정관(19차례·285만 원), 김선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14차례·210만 원) 등이 명시돼 있다.

심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이 마땅히 참석해야 할 자신들의 직무관련 내부회의에 참석하고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회의비를 예산지침을 위반해 가며 부당수령한 것은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라고 비난했다.

심 의원의 의혹 제기에 청와대는 즉각 대응했다.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은 28일 오전 7시30분께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이 수령한 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식 임용 전에 받은 정책 자문료”라며 “청와대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넘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청와대 입장에서는 당장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없어 해당분야 민간인 전문가로 정책 자문단을 구성하고 자문 횟수에 따라 규정대로 정식 자문료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9월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9월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윤영찬 수석은 “정책자문료 지급은 규정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며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받은 바 없다”면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차별 폭로를 진행하는 행태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해당 폭로자에게 법적 대응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정도 총무비서관도 나섰다. 이날 이 비서관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청와대 인사 회의참석 수당이 부적절하게 지급됐다는 의혹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단 한번이라도 점검하면 알 수 있는 허위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비서관은 “우리 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해당 분야의 충분한 경력과 자격을 갖춘 정책 자문위원회 지침에 의해 구성하고 그분들이 일한만큼 하루 맥시멈 15만 원, 일한만큼 수당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인수위 대신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회의를 진행했기에 이에 대한 수당을 지급했을 뿐이지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5월부터 그해 6월30일까지 통상 인수위가 출범했다면 활동을 종료하는 시간 동안 민간인 신분의 정책 자문가들에게 회의참석 수당을 지급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 비서관은 현재까지도 청와대 인사들에게 회의참석 수당을 지급했고, 261명에게 총 1666회, 2억5000만 원을 지급했다는 심 의원의 주장에도 지급 시기는 지난해 6월까지고, 인원 역시 130명 내외라고 반박했다.

이 비서관은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운영 예비비에서 충분한 수당이 지급된다”면서 “저희는 인수위 없이 선거 끝난 다음날 정부가 출범해야 했다. 정부 구성이 갖춰질 때까지 운영하기 어려웠다. 그 분야 인수위원 성격 갖는 정책이 충분하고 경력 있는 분들을 전제로 수당을 지급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이 업무추진비 성격상 부적절하게 집행됐다는 의혹에도 구체적인 해명을 내놨다.

▲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9월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과 ‘회의 자문료 의혹’과 관련한 해명 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9월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과 ‘회의 자문료 의혹’과 관련한 해명 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비서관은 전날 심 의원이 미용 업종에 3건의 업무추진비 카드가 쓰였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동계올림픽 격려 비용”이었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업종이 미용 서비스업으로 분류됐는데 당시 영하 15도~20도였다. 경호팀들이 계속 혹독한 추위 고생해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관계 경찰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직원 2명이 (약 20명을 데려가) 리조트에 있는 목욕시설에 갔다. 1인당 5500원이었다”고 말했다.

미용 업종으로 쓰인 6만18000원에는 지난 2월22일 서울경찰청에서 지원나온 의무경찰에게 치킨과 피자를 보낸 것이고 세번째 미용 업종 결제 내역 6만 원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대비해 경호시설을 검검하고 직원들이 삼겹살 식당에서 결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 의원의 잇따른 폭로성 주장에 청와대는 즉각 대응하는 모습이지만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비인가정보’이고 내부 규정상에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구체적인 청와대 인사의 이름과 결제내역까지 공개하는 바람에 마치 파렴치한 집단으로 인식돼 여론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 업무추진비의 대략적인 사용 내역에 대해선 밝혀왔지만 수십만건의 결제내역이 하나씩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실제 청와대 해명처럼 예산운영 지침상 문제가 있거나 현재까지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없다.

청와대 살림을 맡은 이정도 비서관이 이날 브리핑에 나선 것도 청와대가 정확한 입장을 내놓고 떳떳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심 의원의 ‘폭로’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단순 사실 부인 전략에서 적극 대응으로 전략을 바꾼 걸로 보인다.

심재철 의원이 자료에서 거론한 청와대 인사들도 허위사실이라며 사법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명을 거론해 개인적 명예를 훼손해서 사법적 대응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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