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 민원조작을 통한 청부 방송심의가 드러나 담당 팀장이 해임된 사건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결론 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의뢰한 법률자문 결과와 상반돼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공 받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청부 심의’ 관련 조치내역에 따르면 방통위는 “셀프민원으로 진행된 법정제재에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해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업무감사 결과 김아무개 전 팀장이 2011~2017년까지 윗선의 지시를 받아 46건의 방송 관련 민원을 제3자 명의를 통해 대리 작성했고 이 가운데 33건(법정제재 19건, 행정지도 14건)이 실제 제재가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김 전 팀장을 해임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위원들이 직접 방송심의 안건을 상정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민간인 명의로 민원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4월19일 방송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 김 전 팀장의 청부민원을 다량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4월19일 방송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 김 전 팀장의 청부민원을 다량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전 팀장이 타인 명의로 넣은 민원으로는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2015년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2016년 JTBC ‘뉴스룸’의 사드배치 외신오역 △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인공기를 나란히 배치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등이 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중징계다.

방통위는 법률자문 결과 △민원이 없더라도 심의가 가능하고 △민원 조작은 있었지만 법에서 정한 절차적 요건 결여로 볼 수 없고 △실제 심의에는 절차를 준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 방통심의위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팀장의 청부민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추천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지시했다. 사진=김현정 PD.
▲ 방통심의위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팀장의 청부민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추천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지시했다. 사진=김현정 PD.

심의는 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가 전담하지만 심의 결과에 따른 행정 처분은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해 제재 취소 권한 또한 방통위에 있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가 외부 법률 전문가에 의뢰한 검토 결과에 따르면 심의제재를 취소할만한 사유가 맞다는 판단이 나왔다. 검토 결과에 따르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것은 부적법한 민원이고, 이를 바탕으로 심의를 개시한 것 자체가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것. 따라서 심의 효력 자체는 인정하되 절차적 하자로 인한 행정처분(심의제재) 취소가 가능하고 제재 받은 방송사가 소송을 통해 다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청부민원을 제기한 김 전 팀장은 최초 징계 결과 파면에서 해임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김 전 팀장이 잘못을 뉘우치고 장기근속했고 포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점 등을 정상참작해 징계 수위를 낮췄다. 김 전 팀장은 해임이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난 8월 기각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편파심의, 청부심의, 셀프심의는 방통심의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큰 타격을 줬다”며 “민원 제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 이후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으니 행정제재조치도 적법하다는 방통위의 판단에는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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