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미인가 예산정보 다운로드 사건 및 자료공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을 직접 고발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이 추가로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실태에 기재부는 확인없이 성급하게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 예산정보의 알 권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27일 오전 브리핑에서 “기재부가 지난 17일 심 의원실 보좌관 3명을 고발했으나 심재철 의원이 무단으로 획득한 자료를 즉각 정부에 반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 자료를 사실을 제대로 확인도 안 한 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제3자에게 공개하고 있다”며 심 의원도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정보 유출경위를 두고 고발된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 중 황아무개 비서관은 2012년 8월22일 처음으로 ID를 발급 받아 6년 이상 시스템을 사용해 왔고, 김아무개 보좌관, 정아무개 보좌관은 2018년 9월4일과 9월5일에 각각 ID를 신규로 발급 받았고, 심재철 의원은 이들보다 약간 늦은 9월12일에 ID를 신규로 발급 받았다고 전했다.

김 차관은 보좌진들이 지난 4~5일 추가 ID가 발급되자 6일에 재정정보원 직원들을 불러 시스템 사용법을, 그중에 다운로드 방법을 집중 교육 받은 뒤 접근권한이 없는 비인가 영역에서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비인가자료를 다운로드 받았다고 주장했다.

백스페이스만 쳤다? “가능하지 않아, 그후 5단계 거쳐야“

심 의원은 발급받은 ID로 정상 접속했으며 백스페이스 조작으로 뜬 화면을 통해 정보에 접근·열람·다운로드했으므로 불법성이 없고 기재부의 고발이 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김용진 차관은 “심 의원실 보좌관이 정상적인 방식에 따라 로그인한 것은 맞다”며 “문제는 로그인 이후에 비인가 영역에 비정상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접근하고 비인가자료를 불법적으로 열람·취득하였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김 차관은 “여기에서의 쟁점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접근방식의 습득경위, 그리고 비인가정보 습득의 불법성에 대한 사전인지 여부, 불법적 행위의 계획성·반복성 등”이라며 “이러한 사항은 검찰의 수사과정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용진 2차관(왼쪽)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용진 2차관(왼쪽)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스페이스만 치니 창이 열렸다는 심 의원 주장에 김 차관은 “취득한 비인가자료는 단순 클릭 두 번으로 접근 가능한 자료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법성을 인지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며 “황아무개 비서관은 이 시스템을 6년 이상 계속 사용해온 사람으로서 사용 및 접근권한 등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만일 비정상적인 접근방식을 우연히 습득하였다면 재정정보원에 이를 알려 개선토록 조치하여야 했음에도 오히려 의원실 보좌진과 의원이 추가로 ID를 발급 받고 단기간에 걸쳐 조직적·반복적·집중적으로 불법행위가 이루어졌다”며 “비인가 취득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거나 공개될 경우 국가안위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을 두고 김 차관은 “정부가 이번에 이들을 고발한 것은 업무추진비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업무추진비 뿐만 아니라 행사비, 여비, 기관운영 및 관서운영경비 등 폭넓은 비용항목에 걸쳐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10일 이후 상세 집행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자료가 유출된 기관이 기재부, 국세청 등 기재위 소속기관 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무총리실, 법무부, 헌법재판소·대법원 등 헌법기관과 함께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등을 포함한 37개 기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심 의원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업무추진비 집행의 부적정성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다”며 “업무추진비 때문이 아니라 권한 없는 자에 의해서 자료가 무단 열람 및 유출되었으며, 그렇게 유출된 자료가 잘못 활용되거나 제3자에게 누출될 경우 국가안위 및 국정운영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통일이나 외교·치안 활동 관련 정보가 노출되거나 국가안보전략이 유출될 우려가 있고, 보안장비 등 국가 주요 인프라, 정보 인프라 관련 정보가 노출되어 국가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외부 침투가 우려되고 있다”며 “주요 고위직 인사의 일정·동선, 식자재 제공업체, 시설관리업체 등에 대한 정보 노출로 경호나 신변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고, 개인정보 등의 유출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청와대 업무추진비 심야 4132만원, 주말휴일 2억4000만원 써” vs 기재부 차관 “성급한 공개 

심 의원이 27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한 부분에도 김 차관은 성급하게 공개한 것 아닌가 한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에 업무추진비 사용한 건수는 현재까지 총 231건에 4132만8690원에 달하며,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된 지출건수도 1611건 2억461만8390원이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업무와 연관 없는 주점에서 사용되는 등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의심되는 건도 모두 236건(3132만5900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해당 업무추진비들이 재정정보시스템 업종란에 ‘기타 일반 음식점업’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의원실에서는 상호명을 분석하여 이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내역 가운데 사용 업종이 누락된 건도 모두 3033건에 달하고 사용금액도 4억1469억5454원에 달했으며, 해당 지출내역에는 가맹점 상호명과 청구금액 등은 있지만 ‘업종’이 누락되어 감사원 등의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 식사로 쓴 내역 중 저녁 기본 메뉴가 1인당 10만원 내외의 고급 음식점에서 70건을 사용했으며 사용금액도 1197만3800원(평균 17만1054원)에 달했고, 고급 스시점에서 473건에 6887만7960원(평균 14만5619원)이 지출되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심 의원은 업종이 누락된 인터넷 결제 13건(500만5000원), 미용업종 3건(18만7800원), 백화점업 133건(1566만7850원/ 주말휴일공휴일 사용), 백화점업 625건(7260만9037원/평일), 오락관련업 10건(241만2000원) 등 사용처가 불명확한 사례들도 상당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용진 차관은 “업무추진비 뿐만 아니라, 기관운영경비, 수용비, 행사비 사용내역도 (포함돼 있고), 정부 구매카드라는 게 업무추진비 카드만 있는 게 아니고. 각종 기관운영비, 수용비, 여비 이런 카드들이 다 있다”며 “여기에 있는 것들을 다 뭉뚱그려서 (발표)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하나는 심야시간대 또는 야간이나, 야간 심야시간대나 휴일, 공휴일 이런 때 사용한 것을 지적하는데, 그것은 예산편성지침, 예산집행지침 상에도 이러한 시간대에 사용이 금지되는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여기를 제한하고 있다. 불가피한 사유나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출할 수 있고, 이후에 소명하도록 돼 있다.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업무추진비나 정부구매카드의 사용의 적정성 문제는 단순히 상호명만 가지고 추정하는 것은 어렵고 곤란하지 않나, 그 사용경위나 목적 그리고 실제 그 업소가 어떤 업소인지 영업 활동, 이런 것도 다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좀 너무 성급하게 공개를 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앞서 지난 18일 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지출 내역에 단란주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고, 21일 ‘해외순방시 수행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오용하고 마치 한방병원에서 쓴 것으로 거짓 기재했다’는 심 의원 주장도 “실제 뉴델리 호텔에서 식사한 것이 맞고 카드사의 잘못으로 국내 국제 업종코드상 단순 불일치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해명했다.

‘예산자료 유출, 꼭 수사로 밝혀져야 하나’ 정부예산 알 권리 논란

이번 사건은 정부 예산 정보의 알 권리 문제도 낳고 있다. 김용진 차관은 “지금 알 권리, 국민의 알 권리 문제하고 지금 관련이 되는 것 같다”며 “그런데 현재도 국회의원들께서는 수시로 또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정부에 자료 요구를 많이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료 요구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비판에 “이미 장차관 업무추진비는 우리 각 부처 홈페이지에서 매월 집행실적이 다 공개되고 있다”며 “진짜 국회에서 정부 감시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면 한번 이 재정분석시스템을 통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범위를 더 넓힐지, 넓힐 수 있을지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 기자는 김 차관에게 “심재철 의원실에서 접근한 정보, 접근방법과 다운로드 방법이 꼭 수사를 통해서만 밝혀져야 하는 부분인가, 아니면 자체조사를 했더니 이런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는데, 계속해서 한 것은 의도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아니면 아예 잘못이 없었는데 그쪽에서 계속해서 해킹과 같은 불법을 저질러서 이렇게 했다고 보시는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김 차관은 “이번 건의 정점은 세가지로 우선 접속 경위가 적절했느냐, 아니면 부적절했느냐, 아니면 이상한 방법을 썼느냐이다. 두 번째는 그렇게 했다 해도 자료를 열람하고 다운로드 하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는 또 다시 남는다. 세 번째 여기에서 유출된 자료가, 자료에 의하면 정부가 업무추진비를 진짜 제대로 쓰고 있는지,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차관은 “심 의원 주장처럼 우연히 이러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면 그 조차도 검증대상이 되어야 하고, 우연히 들어왔다 하더라도 이 자료를 조직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또 불법성을 인지하고서도 이렇게 계속 다운로드 받은 것이 과연 적법한지 반드시 밝혀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이번 자료 유출사건의 정부 책임을 두고 “유출된 자료뿐만 아니라 전 국가기관의 예산집행 적정성 여부를 전면 재점검하고, 작은 문제점이라도 발견되면 감사원과 협의하여 해당 부처의 예산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고, 결과에 따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비슷한 시각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심재철 의원은 “지금 기재부에서는 비인가 혐의로 잡고 있는데 비인가가 아니다. 재정정보 아이디를 받고, 정상 접속해서 확인한 자료다. 비인가가 아니고, 비인가자가 접속하지 마라는 아무런 주의 표시도 없었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재반박했다.

검찰 소환과 관련해 심 의원은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있는지 여부를 두고 심 의원은 “차차 두고보자”고 했다. 청와대가 365일 일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심 의원은 “(그럼) 예산 집행 지침을 바꾸던지요. 말이 되느냐. 특권 계층이냐”고 주장했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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