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남북정상회담 국면에 대해 “위장평화공세”라는 주장을 재차 내놨다. 같은 날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바른 미래당은 한국당과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위장 평화 공세에 속는 것은 히데요리, 체임벌린, 헨리 키신저와 같이 일시적으로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고 썼다.

홍 전 대표는 “1615.5 오사카성의 여름전투를 떠올리는 추석날의 단상”이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히데요리의 오사카 성 공략에 실패하자 “위장 평화공세로 정전 협정”을 맺고 재공격해 일본 재통일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또한 헨리키신저가 레둑토(베트남의 정치가)의 위장평화 공세에 속아 정전협정을 맺어 미군 철수가 시작돼 “월맹은 자유 월남을 침공하여 수백만을 학살하고 사회주의 베트남으로 통일을 이루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위장평화 공세에 속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문제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만큼 지도자의 판단은 나라의 존망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을 두고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자신의 정계 복귀를 위해 안보 불안을 소재로 해서 스피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전 대표의 주장은 지난 당 대표 시절에도 끊임없이 제기한 내용이다.

지난 2월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권은 또 한번 북의 위장평화공세에 속아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오히려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을 적대시하는 친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두 번(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나 속고도 그것도 모자라 또다시 북의 위장평화공세에 속아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나락에 빠뜨리는 이러한 대북정책을 이제는 국민들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1938년 뮌헨회담에서 히틀러의 위장평화정책에 속사 영국을 2차세계대전의 참화로 몰고간 네빌 체임벌린 (영국)수상을 닮아가는 문 정권의 대북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위장평화공세론을 주장하는 홍 전 대표를 향해 정계퇴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180도 다른 주장을 내놨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바른미래당 보다 한국당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의 선택은 한국당이다. 바른미래당이 냉전반공세력과 함께하려고 하는 한 우리당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은 경제 문제는 이 정부와 강하게 각을 세워야 하지만 대북관계는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시대의 필연적 흐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은 대북관에서 한국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수 국민들은 북한의 변화를 바란다. 새로운 야당, 새로운 보수는 과거 냉전반공보수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다. 북한과도 교류하는 개혁중도, 개혁보수를 바란다”며 “북한의 변화를 인정하고 한반도를 전쟁에서 평화로 이끄는데 함께하는 야당을 기대한다. 또 북한도 변화의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하 최고위원은 “4.27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보여준 변화의 모습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를 인정하는 국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수구반공세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갈수록 점점 소멸될 것이다. 중국, 베트남이 결국 근본적인 체제 전환을 이루어 냈듯이 북한의 선택도 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와 하 최고위원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반응은 대북 안보 문제에 대한 보수의 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정권과의 대립각을 통해 수구보수층을 결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과 북한의 변화를 인정해야만 합리적 보수층 등 지지층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은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갈리는 사안이다.

하 의원은 이에 대해 “한국사회에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강하게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70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북한이 우리를 속여 왔기 때문”이라면서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전혀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 변화를 부정하는 목소리는 한국당 하나만으로 족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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