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절 보도의 트렌드는 ‘명절의 간소화’다. 이번 추석 역시 보도 키워드는 △명절 파업 △제사 간소화 △해외여행 등 개인적 휴식이었다. 

‘명절 파업’ 얘기를 다룬 경향신문의 ‘제사 가지 말고 나랑놀자, 또 다른 추석 꿈꾸는 여성들’ 기사가 대표적이다. 웹툰 작가 ‘서늘한 여름밤’은 이번 추석 제사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끼리 모여 점심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올렸다. ‘서늘한 여름밤’ 작가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내가 시댁에 가면 오랫동안 나를 모르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내가 부엌에 가서 일할 거라고 기대하는 상황이 싫었어요. 혹은 내가 가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앉아 있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고 예상했죠. 가야할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아예 ‘추석 총파업’을 제목에 넣어 기사를 만들었다. ‘페미니즘 바람타고 온 추석 총파업 기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추석 등 명절 때 가사노동을 여성 중심으로 하는 불평등한 분위기에 반기를 들겠다는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23일 서울 선유도 공원에서 열리는 ‘추석맞이 모녀 대탈주’ 행사(가사노동을 거부하고 공원에서 놀자는 취지의 행사)를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 마지막에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는 남성의 인터뷰도 같이 넣었다.

이런 명절 파업 기사들은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가사노동을 전담시킨 한국문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한겨레는 토요일판 1면으로 아예 웹툰 ‘며느라기’(수신지 작가, 주인공 사린이가 한국사회에서 ‘며느리’로서 겪는 일상과 그 고민을 보여주는 웹툰)의 장면들을 배치하고 커버스토리로 ‘며느라기를 위한 호칭은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명절에 성차별 언어나 관행을 겪었다는 이들이 최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벌인 조사에서 1170명 중 83.2%에 달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성차별적 가족호칭이 성차별 언어의 대표사례라고 했다.

▲ 22일 한겨레 1면.
▲ 22일 한겨레 1면.
‘제사 간소화’ 보도로는 한국일보 22일 1면 ‘차례상 군살 빼자, 어르신들 흔쾌한 추석 반란’이라는 기사가 있다. 대부분의 ‘명절 파업’ 보도가 젊은 세대들이 주도하는 문화임을 보여줬다면 한국일보의 이 기사는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기존 세대가 먼저 명절 차례상을 생략하자고 제안하고, 성묘 참석도 자율로 맡긴 이야기를 담았다.

▲ 22일자 한국일보 1면.
▲ 22일자 한국일보 1면.
동아일보 22일 2면기사 ‘며느리 잡는 차례상? 과일, 송편으로 충분…전 안올려도 돼요’ 기사도 있다. 해당 기사는 본래 유교에서는 기제사(고인이 돌아가신날의 제사)만 지낼뿐 명절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며, 또한 제사상에는 기름쓴 음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의 인터뷰를 담았다. 차례상 문화는 명절날 자손들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죄송해 조상께도 음식을 올리면서, 조선 후기 양반 경쟁을 벌이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고 한다. 이어 동아일보는 같은날 18면 ‘책의 향기’ 코너에서도 ‘대한민국 명문종가’ 책을 소개하면서도 종갓집 차례상은 차림새보다 전통을 중시한다며 제사상이 단촐한 것이 종갓집 전통이라고 썼다.

▲ 22일 동아일보 2면.
▲ 22일 동아일보 2면.
이번 명절 연휴 해외여행을 선택한 사람들도 늘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작년 연휴기간 10일동안 하루 7만2000명 꼴로 총 72만 명이 해외로 나갔는데 올해는 연휴 닷새동안 하루 9만명인 45명만명이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공항 측은 연휴 마지막날까지 60만명이 출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명절에 대한 인식이 변해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졌고, 혼자만의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머니투데이 ‘이번 추석엔 안 가요, 혼추족 선택한 2030’기사 등이 그 사례다. 지난 19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과 구직자 1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53.0%)이 올해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갈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20대와 30대는 각각 52.8%, 56.9%가 귀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명절에 불평등한 문화가 사라지고, 간소화되고, 휴식의 기능을 갖게되는 이런 현상을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가운데 이런 현상에 불만을 가진 기사도 있다.

대표적인 기사가 세계일보 22일자 온라인에 실린 “한국여성 싫다면 일본여성 만나세요 ‘제사·시부모님 모시고 싶어요’” 기사다. 해당 기사의 원 제목은 “김치녀 싫다면 스시녀 만나세요 ‘제사·시부모님 모시고 싶어요’”였으나 현재는 제목이 바뀌었다. 이 기사에는 테츠야와 레이코라는 가명을 쓰는 일본인들의 말이라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명절에 대한 갈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주제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레이코씨가 “할머니와 어머니가 전업주부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성장했다며 1년에 고작 1~2번인 명절과 음식 장만이 어려울 이유는 없고 주부인 여성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썼다. 해당 기사에는 “일본 여성이라면 전업주부가 아니더라도 아침을 준비하고, 정성 담은 도시락을 준비한다”는 등 여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 없는 주장을 가명을 빌어 반복하고 있다.

▲ 세계일보 22일 온라인 기사
▲ 세계일보 22일 온라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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