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일부 정치권과 식자층에서만 아직도 관성적 사고로 한반도의 상황과 변화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평양 방문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 문제에 한반도의 결정권을 선언한 것”이라며 “일부 언론이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가선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단호히 반대한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를 견인하고 추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반비례 관계가 아닌 비례 관계다. 남북관계가 앞서가야 북미관계도 좋아진다”면서 “이런 비례와 보완의 남북관계에 발목 잡는 일부 식자층과 언론의 우려를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ITX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ITX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특히 지난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문재인·김정은 두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치켜든 장면을 보고 정 대표는 “한반도 문제는 한반도가 결정권을 가졌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기본적인 핵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내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권의 주체가 남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깨닫고 있는데, 일부 정치권과 식자층들도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있는 그대로 한반도 정세와 운명을 직시해야 한다”며 “핵 없는 한반도를 뛰어넘어 이제 한반도가 아시아의 변방이 아니라 세계 중심 국가로, 모델국가로 진입한다는 선언이기도 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수야당이 청와대의 방북 제안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북한 고위관계자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같은 분이 ‘속 좁게 그러느냐’며 유감을 표했다”며 “더는 믿느냐 안 믿느냐는 소모적 논쟁을 탁상에 앉아서 할 게 아니라 직접 평양에 방문해 북한 땅을 밟아보길 권한다. 북한 당국자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오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찾은 여야 3당 대표가 19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영남 위원장.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찾은 여야 3당 대표가 19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영남 위원장.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정 대표는 1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만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이 자리에 남쪽 5당 대표가 와 있어야 하는데 3당 대표만 와 있다”고 유감을 표하며 “보수야당이 참여할 수 있는 남북 소통과 교류 협력의 틀은 국회회담”이라고 제안했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두 보수 야당에서 들러리 서기 싫다고 안 왔다.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을 위해선 초당적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남쪽 국회의 역할이 크고 막중하다. 올해 안에 남북 국회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고 내년 상반기 2차 회담을 서울에서 하자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영철 통전부장에게 지침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국회회담이 열리면 결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정 대표는 “당장 국회가 한 번도 본회담이 이뤄진 적이 없는데 결실을 내놓는 것 보다 우선 남북 간 관심 사항을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며 “특히 보수 야당이 색안경만 끼지 말고 평양에 가서 직접 북한 당국자들과 토론해 보자. 핵무기,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북한이 가는 길인지 직접 평양에 방문해 비핵화에 관한 생각을 북한 당국자들과 토론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8일 여야 3당 대표의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대표로 한 북한 대표단과 면담 취소 논란과 관련해 정 대표는 “현장에선 잘 느끼지 못했는데 어제 와서 뉴스가 된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일정을 짜거나 조정하는 데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출발 전까지 일정 일체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김영남 위원장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가 혼선이 생겼다. 우린 고려호텔에 있었고 공식 수행원들은 백화원(영빈관)에 있었는데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 차질이 생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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