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8~20일 3일간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북미대화의 물꼬를 틀었다. 김정은 위원장 육성으로 비핵화 언급을 이끌어낸 성과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 채널도 다시 형성됐고, ‘실질적 종전선언’ 정도의 합의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의 평양 시민 앞에서의 연설, 백두산 방문 등 파격적 장면도 다수였던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21일 주요 언론은 일제히 1면에 남북정상회담 중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에 오른 사진을 실었다.

다음은 21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사진이다. 한국일보 외에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위원장 내외가 백두산에서 서 있는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의 물을 담는 사진을 배치했고, 2~3면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서 손 잡은 사진을 넣었다.

▲ 차례대로 21일 자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 차례대로 21일 자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이번 회담은 지금까지 일부 언론이 ‘남북관계가 너무 빠르게 진전되면 북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던 프레임을 깨버린 성공적 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논의를 이끌어냈고 미국 역시 이를 환영하며 대화채널이 즉각 가동했기 때문이다. 한겨레의 5면 기사 ‘문 대통령, 위기의 북미 다시 마주않게 한 평화협상가’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과시했다. 한겨레도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깜짝회담으로 탈선할 뻔했던 북미정상회담을 궤도에 올려놓은데 이어 이번에도 북미협상의 촉진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했던 수석 협상가로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 21일자 한겨레 5면.
▲ 21일자 한겨레 5면.
그러나 일부 외신은 싸늘했다. 비핵화 수준이 파격적이지 않아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약속이 제재만이 유일한 비핵화 수단으로 믿은 워싱턴의 강경파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동창리 엔진시험과 발사대는 미사일을 개발할 때 필요한 곳이며 소용이 다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NYT도 김 위원장이 핵 시설 폐기와 관련해 진전된 제안을 했다고는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 전문가들을 만족시킬만한 결과는 아니라는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외신이 싸늘한 또 다른 이유를 “북한에 대한 오랜 불신과 미국 언론의 강한 반(反)트럼프 정서”라고 분석했다.

▲ 21일자 한국일보 4면.
▲ 21일자 한국일보 4면.
국내에서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여전히 남북정상회담에 저조한 평가를 내렸다. 비핵화에 대한 수준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20일 귀국 후 대국민보고에서도 밝혔듯이, 이번 회담에서는 합의문에 담지 못한 이면의 진전도 다수 있다. 그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합의문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포함해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내놓을지가 핵심이다.

성공적 회담 와중에 국회 본회의에서는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핵심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됐다. 경향신문은 이에 “경제 우클릭”이라고 비판했고, 한겨레 역시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산업자본 범위를 시행령에 둔 점을 지적했다.

▲ 21일자 경향신문 12면.
▲ 21일자 경향신문 12면.
경향신문은 12면에 “정의당과 시민단체서 반대한 법안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주도해 강행했다”며 “규제완화 법안들이 국회문턱을 넘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우클릭’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여당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고 밝혔고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시행령의 내용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넘어 법 형식적으로도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의 진입 제한 규정을 법 본문이 아닌 시행령에 담기로 한 점은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 21일자 한겨레 사설.
▲ 21일자 한겨레 사설.
다만 경향신문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된 것에 별도의 사설은 싣지 않았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재벌은행 논란을 그대로 안고간다는 점에서 걱정과 숙제를 남겼다”며 “재벌의 사금고화 걱정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산업자본 범위를 시행령에 두었기 때문에 핵심 내용을 행정부 소관의 시행령에 넘겨 상황에 따라 재벌에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겨레는 때문에 이 법의 사후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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