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을 통해 비인가 행정정보 수십만 건을 불법유출한 경위를 두고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지난 17일 재정정보원이 운영 중인 재정분석시스템(OLAP)을 통해 비인가 행정정보가 접근권한이 없는 심 의원실의 아이디(ID)를 통해 유출했다며 유출경위 수사를 위해 관련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재정정보원은 심 의원 보좌진들이 이달 초부터 상당 기간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0 여개 정부기관의 수십 만 건에 이르는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열람 및 다운로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정정보원은 심 의원실 ID의 정상적 권한과 조작으로는 열람 및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며 관련 자료의 즉각 반환을 요청했는데도 반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정정보원은 정보통신망법,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심재철 의원은 무단 열람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열람, 다운로드 했다며 19일 무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김동연 기재부 장관,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과 관련자를 무고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실제 보좌진들은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국가재정법령에 따라 기재부 장관으로부터 적법한 방법으로 접속 권한을 승인 받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에 접속하여 정해진 방법으로 세출예산 집행상황을 알 수 있는 재정정보를 다운로드 받았다며 부정한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어떻게 비인가 자료 다운받았나 ‘백스페이스 눌렀더니 들어가’

핵심은 심 의원이 어떤 방법으로 비공개 자료 수십만건을 열람한 뒤 다운받았느냐는 데 있다. 심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단 열람이라는 비판에 “허용된 범위 넘어 월선 한 것도 아니다. 클릭만 하면 다 들어갈 수 있다. 47만 건이 아니라 제가 본 것은 47건 정도”라고 말했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부의장). 사진=자유한국당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부의장). 사진=자유한국당
심 의원이 이날 재정정보원 담당자가 지난 12일 전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이 담당자가 시스템 오류를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이 담당자의 육성이다.

“국회 것은 저희가 전 부처를 다 보실 수 있게 특수 권한을 드린 거고 각 부처는 자기들 것만 보게 되어있고 이러는데 지금 이게 국회용으로 만들어드리지 않고 저희가 그냥 보려고 해놓은 것들이 국회에서 보실 수 있도록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볼 수 있게 저희가 이제 프로그램에 약간 오류가 있는 것 같아서..(예) 그 오류를 바로 잡지 않으면 다른 분들도 잘못된 데이터를 보거나 안봐야 될 남의 데이터를 보거나 그러실 수가 있으니까 원인을 찾아서 수정을 하려고 어떤 경우에 그게 가능하셨는지(문의드립니다)”

이를 두고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 직원이 의원실과 통화한 내용이 시스템 오류라는 표현(한 것이라기) 보다 뭔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신 것 같은데 그 방법을 문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자 심 의원은 “비정상적 방법? 백스페이스를 누르니 들어갑디다. 그것이 비정상이냐. 키를 누르면 들어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진 차관은 백스페이스를 눌러서 들어갔다는 방법에 대해 “통상적인 정상적 접근방법이 아니다”라며 “그것이 오류인지 이상 기능 때문인지 그 조차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문의에 제대로 답변안해…경위 자체가 밝혀져야”

기획재정부와 재정정보원은 애초 재정정보원 담당자가 접근방법을 묻자 심 의원측이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알려주지 않았는지 여부, 그랬다면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도 밝혀져야 할 쟁점이다.

김용진 차관은 “저희 직원이 어떻게 했느냐고 질의했더니 의원에서 숨겼다. 가르쳐주지 않고”라며 “당초 비정상 접속과 다운로드를 한 사실을 발견하고 (우리 직원이) ‘이 부분은 일반 정부 담당자만 보는 정보인데 어떻게 봤느냐’고 의원실에 문의했더니 그 조차 가르쳐주지 않았다. 심 의원실은 ‘그냥 들어갔다, 그냥 보인다’고만 답변했다”고 전했다.

김 차관은 “(심 의원측 주장처럼)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10년 동안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1400명의 사용자가 왜 한번도 그렇게 들어가지 않았겠느냐”며 “단순 조작만으로 들어갔다고 하지만, 그런 방법을 발견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런 경위 자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정보가 불법인지 아닌지, 인지했는지 안했는지가 쟁점”이라며 “우리들은 심의원이 충분히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비공개 정보인지를 인지했느냐가 쟁점”이라며 “그 자체가 수사과정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시스템에는 파일마다 공개와 비공개가 구분되지 않고, 다운로드나 인쇄가 되지 않는 장치가 돼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누군가가 (비공개 정보나 기밀을) 봤다손 쳐도 다운로드나, 프린트는 절대 안되게 시스템을 걸어놨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김용진 차관은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가 접근해서 프린터 열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어떤 방화벽의 문제가 아니고, 열려있던 자료도 아니다. 특별한 조작을 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살펴보다 보니 들여다본 것이고, 그렇다보니 뒷문이 훤히 열려있었던 것”이라며 “(그래서) 들여다봤더니 이것을 갖고 무단열람이니, 잘못이니 왜 들여다봤냐고 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냐”고 했다.

해당 자료의 내용과 관련해 심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가 확보한 자료 중에는 청와대와 정부 기관장들이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들이 드러나고 있다. 업무상 횡령에 준하는 불법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거 때문에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 하는 거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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