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의 비핵화와 군사합의 등을 두고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이 ‘북한핵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무장해제했다’고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이에 외교부 차관을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트집잡고 흠잡는데에만 열심히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전형적 패배주의이자 불안과 공포의 노예처럼 주장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2면 머리기사 ‘‘현재 核’ 문제는 빼놓고… 조건부 영변 핵폐기 카드 꺼내들어’에서 “김정은은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등을 낱낱이 밝히는 '핵 신고' 절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요구 수준과 상당한 간극(間隙)이 있다”며 북한의 핵탄두와 핵시설 규모와 리스트 관련 언급도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때처럼 북한이 특정 시설을 임의로 선택하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조선에 따르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 대상을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폐기하고, 그에 대한 보상까지 요구하는 북한식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해법을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전형적 살라미 전술을 받아들여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남북 군사 합의, 안보 튼튼해지나 불안해지나’에서도 비행금지구역이 9km에서 서부와 동부가 각각 20km와 40km로 확대한 합의를 두고 “이번 비행금지구역 확대로 안보의 눈에 해당하는 정찰·감시 능력은 약화·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1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DMZ 구역에 우리 정찰기나 경계·정찰업무 임무가 완전히 후방으로 빠진다며 “사실상 우리는 무장해제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북한은 핵을 꽁꽁 숨겨놓고 있는데 우리는 모든 전력을 무장해제 해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비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핵물질, 핵탄두, 핵시설 리스트에 대한 신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로 비핵화 시늉만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문재인 대통령은 그대로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고 국가의 예산을, 엄청난 예산을 들인 것을 이렇게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는 이런 행위들을 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비난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두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두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외교통상부 차관과 국정원 1차장,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집잡기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핵화 합의가 미국 요구수준과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주장에 “핵시설 등을 신고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향후 북미 협상과정에서 나올 문제다. 회담을 지켜봐야 한다.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고 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30년 끌어온 문제를 당장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고서 내놓겠다고 이야기하라’고 요구하라는 건 그동안의 과정과 내용을 무시하는 말”이라며 “본격 협상은 미국과 하면서 풀어갈 문제”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북한 요구대로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이번 합의에 없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정의 초입이자 시작”이라며 “핵무기를 반출하겠다면 박수치고, 폐쇄하겠다고 한 것을 시시하다 할 수 있느냐. (김 위원장이) 북미간 핵협상을 위한 첫 각오를 얘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번 회담이 남북간의 핵협상이 아니다. 양측의 의지와 목표를 천명한 것이다. 자꾸 남북이 핵협상을 하는 걸로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런 기회조차 이명박근혜 정부 때는 가져 보지도 못했다”며 “자꾸 살라미전술이라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쓰는 그런 표현을 가져다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북 완충 수역 설정에서 우리가 불리하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이 의원은 “왜 우리만 무장해제한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남북간 공동조치를 취하고 상호 간에 하는 것을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트집이다. 우리만 불리한 것을 내놨겠느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그런 주장을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하는 것을 믿고 가야 한다”고 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를 두고 이 의원은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는 환영하고 잘됐다고 평가할 일이지, 흠을 찾는데만 열심이다. 크게 볼 때는 크게 봐야 한다. 나뭇잎 하나하나에 현미경 들이대는 분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이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던 역사적 사건이 이뤄진 것이고, 이런 합의가 진정성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그런 지향점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북핵을 놔두고 무장해제했다는 주장에 이 의원은 “북한이 비핵화한다는데 왜 ‘그러나’라면서 토를 다는지 모르겠다. 제가 볼 때 비핵화는 불가역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한도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용기있는 결단을 했다. 진도도 빠르고 보폭도 크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 내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미국 요구수준과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주장에 “앞으로 미국과 협상할 영역”이라면서도 “신뢰 없는 상태에서 리스트를 제출했다가 ‘뭐가 누락됐네, 불일치하네’ 하면 그 순간부터 깨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핵화를 북한 요구대로 우리가 들어줘서 문제라는 신범철 센터장의 주장에 김종대 의원은 “미국식의 신고사찰 검증 프레임과 북한방법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제3의 길을 찾아야한다. 그래서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범철 센터장은 비핵화에 어떤 법칙이 있다고 믿는데, 그렇지 않다. 나라마다 핵폐기 방식은 다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해 완충수역 설정에서 우리가 불리하다는 지적에 김종대 의원은 “남북간 안보 비대칭을 고려하지 못한 분석”이라며 “우리는 대규모 해상기동을 대부분 동해 울릉도 쪽에서 하고, 북한의 감시범위 밖에서 해왔다. 반면에 북한은 주로 연안에서 하는 훈련이 주류다. 따라서 우리가 안보상 손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11개 GP 철수를 두고 “GOP 중심인 우리보다 GP 중심인 북한이 더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 의원은 “북방한계선을 인정받았다. 과거엔 ‘북’자만 꺼내도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에 비해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DMZ 긴장완화에 따라 군사분계선에서 서울은 40km 거리에 있고 평양은 180km 거리라서 군사충돌시 피해를 줄이는데서 우리가 더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무장해제했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김 의원은 “국방비를 8% 넘게 증액했는데 뭐가 무장해제냐. 더구나 우리는 계속 무기를 들여온다. 전형적 침소봉대”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