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서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수개월 전부터 장성급군사회담과 군사실무회담을 거쳐 탄생했다.

국방부가 19일 낸 합의 해설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지상에선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으로 총 10km폭의 완충지대를 형성해 포병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한다. 국방부는 “야외기동훈련은 군사분계선 5km 외부 지역에 있는 전방연대의 예비대대 위주로 진행되므로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히며 “적대행위 중지를 통해 우발적 충돌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해상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로부터 북측 통천까지 완충수역을 설정해 이곳에서의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북방한계선과 근거리에 다수 배치되어 있는 북한의 해안포·함포 사격훈련을 포함한 일체 적대행위를 중단토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 국방부가 19일 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 해설 자료.
▲ 국방부가 19일 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 해설 자료.
▲ 국방부가 19일 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 해설 자료.
▲ 국방부가 19일 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 해설 자료.
▲ 국방부가 19일 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 해설 자료.
▲ 국방부가 19일 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 해설 자료.
공중의 경우 군사분계선 기준 고정익 항공기(전투기) 동부 40km·서부 20km, 회전익 항공기(헬리콥터) 10km, 무인기는 동부 15km·서부 10km, 기구는 25km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일종의 공중완충구역이다. 국방부는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 이후에도 현재 한·미의 대북감시능력과 항공기 성능의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동아일보는 ‘MDL(군사분계선)일대 육해공 완충구역 설정…11월부터 훈련 전면 중지’란 제목을 뽑았고 한국일보는 ‘육해공 모두 적대행위 금지구역 설정…사실상 불가침 선언’이란 제목을 뽑았다. 경향신문은 ‘육해공 무력사용 금지…완충지대 만들어 전쟁 없는 한반도’란 제목을 뽑았다. 대부분 완충지대가 갖는 평화적 성격에 주목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달랐다.

20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김정은 “핵 없는” 한마디에…공중정찰·해상훈련 포기’였다. 마치 한국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가 당장에라도 안보에 구멍이 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뉘앙스다. 조선일보는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한·미 양국군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전술 정찰기, 중대형 무인 정찰기 전력 등이 더 이상 DMZ 인근 대북 감시에 투입되지 못하고 무력화 된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0일자 1면.
▲ 조선일보 20일자 1면.
이 신문은 “정찰 활동이 중단되면 수도권을 위협하는 340여 문의 북 장사정포 감시에 큰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야당발로 “국가안보를 사실상 포기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에는 자위권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한다”고 강조해 상황에 따라 이 같은 합의서를 무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지면에 이 같은 대목은 실리지 않았다.

조선일보 기사를 두고 20년차 한 북한전문기자는 “군사적 신뢰구축은 상호성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만 포기한 게 아니라 북한도 포기했다. 남북이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든 완충지대를 두고 마치 우리만 국방을 포기한 것처럼 쓰는 건 온당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조선일보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그랬고 지금까지 늘 북한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고 불안을 조성하며 먹고살았다. 이제 과거의 냉전질서가 흔들리니 다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기사와 관련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남북 간 이번 합의는 이 안(완충지대)에서 서로 총질하지 말자는 게 목적이다.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기 위한 것이지 안보에 구멍이 뚫린다는 취지로 바라보는 건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완충지대 안에서는 북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인기 의존도가 높은 북한은 이제 무인기도 띄우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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