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하루이틀 쉬자는 상식적 호소가 왜 제도화되지 않는지 답답합니다.”

올 한가위엔 쉬는 편의점과 대형점포를 볼 수 있을까. 편의점 등 가맹점주와 대형점포 노동자에게 명절 당일 휴업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가맹점주 및 노동자 단체는 20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확대하고 편의점주 등 가맹점의 자율영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등 가맹점주 및 노동자 단체는 20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확대와 편의점 자율영업 허용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등 가맹점주 및 노동자 단체는 20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확대와 편의점 자율영업 허용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이자 한국편의점살리기전국네트워크 이호준 사무국장은 “추석연휴에 매일 16시간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맹계약 상 가게를 365일 24시간 운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사무국장은 “명절은 함께 일하는 친구(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시간이다. 가맹점주와 편의점주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비는 시간을 혼자 메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금지조항, 본사가 ‘부당하지 않다’ 하면 그만

가맹점 휴업을 허용하는 법조항이 없는 건 아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2조3항은 “가맹본부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2013년 전국의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자 가맹점주 단체와 시민사회가 요구한 끝에 같은해 8월 조항이 추가됐다.

그러나 우회로를 거쳐 ‘강제 영업’은 계속된다. 본사와 맺은 특약에 따라 편의점은 휴무하려면 따로 협의를 해야 한다. 본사들이 영업 시간을 줄이면 지원금을 줄이거나 없앤다는 계약 조항을 만들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본사는 법에 규정된 예시가 아니면 모두 ‘부당’하지 않다고 해석한다”고 했다. 3항은 △질병의 발병과 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 △심야 영업시간대의 매출이 비용에 비해 낮아 대통령령이 정한 기간에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들며 영업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정했다. 정 국장은 “법개정 당시엔 ‘이 정도면 명절에 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본사가 법을 경직적으로 해석하니 녹록지 않다”고 했다.

▲ 이경옥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사무처장이 20일 편의점주·노동자 명절 의무휴일 지정 및 의무휴업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경옥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사무처장이 20일 편의점주·노동자 명절 의무휴일 지정 및 의무휴업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형점포 의무휴업을 현행 월 2회에서 4회로 확대하고 명절 당일 의무휴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이경옥 사무처장은 “대형마트에선 2012년부터 월 2회 휴업하지만 명절영업은 아직 진행형”이라며 “그마저 연중무휴 영업하는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노동자들은 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는 “복합쇼핑몰‧면세점‧백화점 등 대규모점포가 자체 상생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서비스연맹 이랜드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청한 끝에 NC백화점‧뉴코아아울렛 등 전체 51개 점포는 오는 10월부터 월 1회 정기휴점하기로 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3년째 계류 중이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지난 2016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월 4회로 확대하고 이를 백화점과 면세점에 적용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사업법에 △24시간 영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감액하는 행위 △명절 등 공휴일 영업을 강제하는 행위를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으로 명시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우원식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편의점을 비롯한 가맹점주와 가족, 노동자들에게 추석을 돌려주자”는 글을 올려 편의점 본사에 협력을 촉구했다.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는 “최근 헌법재판소도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대형마트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건강권 확보’를 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면세점, 백화점 의무휴업 확대는 노동자-중소상인이 함께 살기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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