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좋아하라고 마구 밀어도 좋아지지 않는 게 인간 아닌가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동성애가 에이즈(AIDS) 확산의 주된 요인이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질의와 관련해 ”감염 경로를 보면 이성애가 여전히 동성애보다 높은데 그럼 이성애 관계를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진선미 후보자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에이즈는 너무 비극적인 병이어서 사회 구성원 단 한 사람도 걸리면 안 된다”며 “에이즈가 창궐하지 않게 전 세계인이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차별·혐오하는 게 사회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 고민과 문제의식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에이즈 감염 경로의 복잡성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결핵의 원인은 빈곤이 아니라 결핵균으로 감염 경로는 매우 다양하지만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보면 좀 더 발병률이 높을 수 있다”면서 “그래서 발병률 더 높은 계층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 계층의 발병률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예방할 것인지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제 의원에 따르면 유엔이 발행한 인권지침에 에이즈의 원인을 HIV 균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엔에서 권장하는 국제적 지침엔 국가는 HIV 감염 예방과 치료, 보호와 지원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특히 소수자와 소수자 그룹을 염두에 두고 편견과 불평등에 사회가 더욱 조화롭게 가기 위한 맞춤 설계된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 의원은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에이즈=동성애’로 가는 것은 유엔이 권장하는 에이즈 원인이 되는 HIV균에 대한 인권 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종명 한국당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진 후보자의 과거 성소수자 차별 반대 활동들을 나열하며 진 후보자에게 “동성애자 아니냐”라고 검증하려 들기도 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그 질문은 좀 위험한 발언이다. 질문 자체가 차별성을 담는 질문일 수 있다. 이 의원이 좀 더 고민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아무런 사과 없이 “중요한 질문인데 답을 회피한다”면서 “알겠다. 넘어가겠다”고만 했다.

이어 진선미 후보자는 에이즈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청소년 한 사람만 소중한 게 아니라 누군가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데 남이 권한다고 재미로 성적 지향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외려 그런 것(에이즈 위험성)에 전혀 준비 없이 노출된 청소년이 자살까지 감행하는 현실을 보면서 청소년의 에이즈 감염 경로 차단에 최선의 방법을 다 만들어 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선미 후보자는 낙태죄 폐지와 관련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모자보건법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이 많았다. 다만 여러 종교적 문제나 서로 논쟁 되는 지점이 있고 헌법재판소 선고도 기다리고 있다”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더는 여고생들이 화장실에 아이를 버리는 일들을 언론보도에서 보지 않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제도 정비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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