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한 뒤 취하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2000만원 넘는 세금을 썼다.

미디어오늘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공 받은 방송통신위원회 소송 내역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방통위에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변론 한 번 하지 않고 취하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 방통위가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구 여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보궐 몫으로 현 여권(민주당)의 추천을 받자 “한국당이 추천한 이사의 후임도 한국당 몫”이라며 임명 무효 소송을 냈고, 변론기일에 불참하다 지난 3월 취하했다. 한국당은 방통위가 KBS 강규형 이사 해임취소 소송 중에 보궐이사를 임명하자 지난 1월 ‘임명절차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8일 만에 취하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사진=이치열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사진=이치열 기자.

자유한국당은 두 건 모두 보궐이사 임명 무효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으나 법원은 인용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애초 가처분신청을 위해 소송을 냈고, 가처분신청이 인용되지 않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소송도 취하했다는 입장이다.

본격 소송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방통위는 2000만원 넘는 세금을 썼다. 방문진 이사 임명 소송의 경우 방통위는 로펌에 착수금, 성공보수 등 1485만 원을 지급했고, KBS 이사 임명 소송의 경우 715만 원을 지급했다. 방통위 법무 관계자는 “상대방이 소 취하했지만 일반적 로펌 계약엔 취하해도 성공으로 보기에 성공보수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715만원을 쓴 KBS 이사 소송에서 방통위가 한국당으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은 155만8620원에 불과하다. 방문진 소송도 소송비용을 돌려받는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방통위 법무 관계자는 “소송비용 확정을 청구해도 실제 지출한 비용을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비율 이상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제기한 두 소송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크지 않았다. 이사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소송은 제기할 수 있고, 부당 해임일 경우 후임 인선의 부당함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구 여권 몫 이사의 후임을 정권교체 후 바뀐 여권 몫으로 선임하는 관행 자체는 법으로 문제 삼기 힘들다. 한국당은 ‘보궐임원의 임기는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으로 한다’는 방문진법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임기 조항일 뿐 추천권에 대한 내용은 없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 때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임명된 신태섭 KBS 이사를 해임한 뒤 박근혜 캠프 정책자문단장 출신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임명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당의 여론전 때문에 세금만 축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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