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정 받기 전과 이후의 삶이 똑같다.” “난민 인정 받은 후 서류와 함께, 비자를 바꾸라는 안내만 받았다.” 한국 내 난민인정자가 난민인권연구회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제주도 내 난민신청자들의 난민인정 여부가 관련 논의의 중심이 된 가운데, 국내 난민인정자조차 난민법이 명시한 처우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난민인권연구회가 난민인정자 11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및 모니터링한 내용이다.

인권위와 난민연구위는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국내 난민인정자 처우 현황 보고대회’를 열었다.

▲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난민인권연구회 19일 ‘국내 난민인정자 처우 현황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난민인권연구회 19일 ‘국내 난민인정자 처우 현황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현행 난민법은 난민인정자가 한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주거권‧건강권 관련 사회보장 △가족 정착시스템 △교육 및 취업 △언어‧행정 등 각종 지원제도가 전무하거나, 있어도 실제론 별 도움이 안 된다.

난민인권 활동가들은 현행 난민법 조항은 추상적이라, 구체적 지원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보육‧교육 지원이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활동가들은 “건강보험도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난민들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국민과 비교해 평균 보험료보다 높게 부과하도록 못박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 전인 작년까지 난민인정자들은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허용한다’는 말이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지원 과정에서도 현행 제도가 난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권은지 난민인권센터 대표는 각종 행정 절차에서 요구하는 신분이나 가족관계, 학력 등 증명서류의 경우 난민들이 발급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난민은 대부분이 본국의 정치적 박해를 받거나 정부가 기능하지 못하는데, 국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아 증명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 난민 등록 후 출입국사무소가 제공하는 안내문 전문. 그나마 한국어와 영어뿐이다. 사진=모니터링 결과보고 갈무리
▲ 난민 등록 후 출입국사무소가 제공하는 안내문 전문. 그나마 한국어와 영어뿐이다. 사진=모니터링 결과보고 갈무리

‘있는 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도 없다시피 하다. 이유민 에코팜므 활동가는 “난민인정을 받으면 출입국사무소에서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적은 안내문 2쪽을 준다. 그나마 한국어와 영어뿐”이라며 “난민인정자가 사회보장서비스를 알고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인터뷰 결과 통번역에 어려움이 생길 때 ‘혼자 알아서 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다. “의료보험과 주거급여, 보육지원이 있어도 당사자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신청하는지, 하면 무엇이 좋은지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난민연구위는 “주무부처와 관련 부서 담당자들도 난민이 정책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난민이 너무 적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준성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교수는 “지원이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난민과 (정부의) 접촉면이 제한적인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난민협약 비준한 이후 현재까지 난민인정자 누계는 지난 5월 기준 839명이다. 난민인정률은 2%이며, 2014년 이후 4년 간 난민인정자는 100명 안팎이다. 한 교수는 “난민인정자가 1000명도 안 되는데 어떻게 공무원들의 인식 수준을 높이겠느냐”고 반문했다.

 

▲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난민인권연구회 19일 ‘국내 난민인정자 처우 현황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난민인권연구회 19일 ‘국내 난민인정자 처우 현황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준성 교수는 “의회입법도 중요하지만, 행정입법이 더 시급하다”며 “지침을 포함해 우리 정부가 할 일을 두고 소통창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더 가깝게는 난민 처우를 악화하는 개정안이나 시행규칙에 항의를 표해야 한다”며 “외국인건강보험 제도가 오히려 차별적으로 바뀌어 지난 8월29일 입법 예고됐고 난민 처우를 악화하는 법개정안도 발의돼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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