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KBS 과거 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위원장 정필모, 진실미래위)의 징계 요구 권한 효력을 정지 처분했다. 다만 진실미래위 출범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KBS 공영노조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김도형)는 17일 KBS 공영노동조합(위원장 성창경, 공영노조)이 KBS 진실과미래위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지난 6월 출범한 진실미래위는 과거 KBS에서 벌어진 방송 공정성·독립성 침해, 부당인사·부당노동행위·부정청탁 등 공적책임 훼손 사례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다. 정필모 KBS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7인의 내·외부 위원, 실무추진단으로 구성돼있으며 조사보고서 작성과 재발방지·명예회복·인사조치 권고 권한을 갖는다.

공영노조는 가처분 신청에서 진실미래위 설치와 활동 등을 규정한 운영규정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 불법성을 주장했다. △기존 감사기구가 있음에도 합의제 자체감사기구를 설치한 것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공공감사법) 위반으로 △부당노동행위, 방송 독립성 침해 등은 감사의 고유 감사 범위를 침해하며 △기존 인사규정과 별도로 진실미래위가 징계 요구권한을 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진실미래위 설치가 불법이라는 주장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진실미래위) 운영규정이 감사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으로 제정됐다 하더라도 이는 채무자의 내부기구인 감사기구의 운영·활동 등과 관련된 것”이라며 “채권자들 주장은 근로자로서의 신분 내지는 지위 또는 권리와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다만 18개 조항으로 이뤄진 운영규정 가운데 징계 등 인사조치 권고(제10조 제1항 제3호), 조사 방해자 징계요구(제13조)를 규정한 조항은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위 조항은 사실상 취업규칙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근로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의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은 운영규정(제13조 제2호)의 경우 징계시효를 2년으로 둔 기존 인사규정을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진실미래위는 조사 대상자 징계 등 인사조치를 직접 권고하거나 진실미래위 조사 불응 및 내용 누설 대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진실미래위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진실미래위 관계자들은 조사 자체의 적법성이 인정된 만큼 활동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사 활동 및 보고서 작성, 재발방지 요구 등은 문제가 없기에 조사 결과 사규 위반이 드러난 당사자는 해당 부서장 권한으로 인사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영노조는 18일 성명을 통해 “(법원이) 사실상 진미위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불법기구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필모 부사장과 양승동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근거로 “적폐청산 명목의 정치보복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감사원에 대한 진실미래위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복진선 진실과미래추진단 단장은 19일 “적법한 절차로 만들어진 기구를 불법이라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내부 자정을 위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기 위해 조사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은 경영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문제 있는 조항이 있다는 판단을 존중하면서 어떤 개선책을 낼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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