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은 지난 정부 때 잇단 금리인하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저금리기조가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리인상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같은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세적인 금리인상기에 직면해 있다. 이미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어 있는 상황이고, 미국의 경우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인상기에 과도한 주택대출은 가계에 매우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두고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14일 “통화정책을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겨냥해서 할 순 없다”며 “기준금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한은법에 의해 중립적,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여권의 금리 언급이 금통위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금통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 1.50%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의 집값 급등이 2014년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와 저금리 유지에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금리에선 금융기관에 맡겨둔 예금이 시장으로 흘러나와 통화량이 증가한다. 통화량이 늘어나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상품과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행이 과연 이렇게 큰 소리칠 자격이 있는가”라며 “나는 박근혜정권 시절 최경환 장관-이주열 총재의 한은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때 한국은행은 숨도 쉬지 못했다. 그래서 한은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반성하지 않고 큰소리 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동영상 갈무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동영상 갈무리

박영선 의원은 현 정부는 한국은행에 금리인상을 압박한 적이 없으나 2014년 9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이주열 한은 총재를 압박한 정황이 담긴 기사도 제시했다.

조선일보는 2014년 9월23일자 ‘다가선 최경환(경제부총리)… 거리둔 이주열(韓銀 총재)’에서 “최 부총리는 지난 21일 호주에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20일) 호텔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와인을 한잔했다’면서 ‘금리의 금자도 얘기 안 했지만 와인을 함께 마셨으니 척하면 척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취임 당시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한은이 기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한은이 지난 8월 15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지만, 연내에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박영선 의원은 이 기사를 인용해 “이런 것이 바로 압박”이라며 “결국 한은총재는 이 당시 최경환 장관 압박에 굴복한다. 그래서 금리를 급격하게 3차례나 미친듯이 내린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때 풀린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가기 시작하고 좀비기업을 양산한다. 지금 문재인정부 경제운용의 큰 부담이 바로 박근혜정권 경제운용의 헛점이었던 금리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다른 여러 배경 때문에 당시 금리를 인하했다고 해명했다. 김현기 한국은행 공보관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금리 인하 배경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국제유가의 하락, 물가상승율 0%대에 진입한 (낮은) 인플레이션, 2015년 5월엔 메르스사태까지 겹쳐 소비심리 등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됐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제활성화의 모멘텀을 살리고자 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김현기 공보관은 “다른 주요국들도 제로금리인 0%대까지 하기도 했고, 국내에선 양적완화를 하던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의원의 비판에 김 공보관은 “M2(총통화량)라는 통화지표 하나만 갖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부동산 급등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에 김 공보관은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 인상이 일부 영향을 받았겠지만, 그것만이 전체가 아니라 재개발정책, 인플레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금리인상 필요성에 김 공보관은 “그것은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14년 당시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주택대출규제와 분양시장,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등 경제적의 많은 부분이 부동산 살리기로 일관했고, 공개적으로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낮췄다. 그때부터 가계부채 비율이 폭등했다. 저금리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실제로 최경환 부총리 취임 전 30개월(2012년 1분기~2014년 2분기 : 총 10개분기) 동안 가계부채 증가액이 분기 당 평균 11조9727억 원인 반면, 최 부총리 취임 후 30개월(2014년 3분기~2016년 4분기 : 10개분기) 동안엔 분기 평균 증가액이 30조6637원 원으로 거의 세배 가까이 폭증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는 최 부총리 취임 후 이전보다 더 늘어난 액수는 187조 원 정도이며, 이 같은 여파가 새 정부 출범이후 지난 2/4분기까지 미쳤다고 감안하면 대략 250조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분기당 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이 26조3115억 원 정도여서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선 소장은 통화량 증가폭 역시 최경환 부총리 취임 전 2년7개월(31개월) 동안 월 평균 통화량증가액이 8조3223억 원이었으나 취임이후 같은 기간 동안 월 평균 13조5398억 원 늘었다는 점을 들어 최 부총리 이후 더 늘어난 통화량은 148조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증가폭으로 지난 6월까지 추가로 늘어난 통화량을 모두 합치면 최경환 부총리 이후 지금까지 218조 원이 최경환 이전보다 ‘더’ 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매달 통화량 증가액 – 최 부총리 취임 이전 31개월 간의 월 평균 통화량 증가액 의 합)

선 소장은 “한국은행이 필요이상 금리를 낮췄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오래 유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최경환(오른쪽)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14년 7월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최경환(오른쪽)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14년 7월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금리인상 목소리도 나왔다. 선 소장은 “가계부채 주도로 성장을 하려다 보니 지속가능한 소득주도성장으로 나가지 못했다. 부채에 중독되다 보니 한계기업이 제 때 퇴출되지 못하고, 경쟁력이 약화돼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이런 저금리 부채 중독상태를 그냥 놔둘 것이 아니라 금리를 일정하게 올려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유일하게 이일형 위원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일형 위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에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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