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해 남북 간 불가침 합의라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남북 양 정상간 합의문 발표를 마친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남북 간의 군사적 신뢰를 넘어서 지상, 해상 또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화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의 합의를 봤다”며 “이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저희는 평가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한 이후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지상에선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으로 총 10km폭의 완충지대를 형성하여 포병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중지”하고 해상에선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로부터 북측 통천까지 약 80km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공중에선 “고정익 ( 동부40km·서부20km ) 및 회전익( 10km ) 항공기, 무인기(동부15km·서부10km),기구( 25km)의 비행금지구역 설정”하기로 했다. 모두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상쇄시키는 방안이다.

또한 남북은 지상과 해상에서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 조치 등 5단계 작전 수행절차를 공동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공중에선 경고교신 및 신호 →차단비행→ 경고사격→군사적 조치 등 4단계 절차를 공동으로 적용키로 했다. “상호 1km 이내 근접한 남북의 각 11개 GP를 ‘18. 12월 말까지 철수”하기로 하면서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도 실현토록 했다.

이밖에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를 구성, 10. 1일부터 20일간의 지뢰제거를 시작으로 약 1개월內비무장화 조치 이행”키로 했다. 분단의 장소가 사실상 평화와 화합의 장소로 전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용 실장은 이에 대해 “이번 합의를 통해 남과 북은 사실상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 통제를 개시했다는 것”이라며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서 이행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합의가 필요한 것은 계속 합의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남북 정상의 의지가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또 전쟁 위협의 완전한 해소에 더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2018.9.19.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2018.9.19.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핵무기,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남북 정상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심도 있게, 또 아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용 실장은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들고 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 메시지가 추가로 있음을 시사했다. 정 실장은 “이러한 논의의 결과를 토대로 내주 초 뉴욕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도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에 관해서 양 정상 간의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동계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국제사회 참관 아래 영구 폐기로 한 것에 대해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라고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합의에 대해서도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화인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기존 있던 것을 폐기하고 검증 (내용이) 나왔는데 구체적 행동은 없다고 이해해도 되느냐’는 평양에 파견된 공동취재단의 질문을 받고 “공동선언에 표현이 있는 것처럼 영변 핵시설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인 조치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북미 협상을 지켜보면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남북공동합의문에 대한 미국 측 반응과 북미협상 재개 의사 여부다. 유엔총회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합의문과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전달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취할 행동에 따라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 방북 파견을 지시하면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다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급속히 줄어들고 경색 국면이 유지될 수 있다.

변수는 남아있다. 비핵화 문제가 북미 간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내용대로 올해 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면 한반도 평화 모드가 정점에 달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위해 미국이 행동을 취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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