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더러 ‘자원봉사’였단다.” 김희영씨(50·가명)는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떠올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방과후코디(방과후학교실무사)’다. 주 15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시간노동자’로 분류된다. 김씨는 경기도 A초등학교에서 9년째 일했다. 경기도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는 방과후코디를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원봉사’는 이 과정에서 언급됐다.

이 직후 교육청이 보낸 공문은 더 충격이었다. 방과후코디 250여 명에 ‘사업종료’를 통보했다. 기간제 노동자에게 사업종료는 해고와 같다. 김씨는 9년 간 1년짜리 계약서를 9번 썼다. 5~6번 연속 계약서를 쓴 동료들도 수십은 됐다. 김씨는 “정규직에서 제외된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 노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낮은 정규직 전환율로 비판을 받았던 시·도교육청이 전환제외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조성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드러나 논란이 지속된다. 5년 넘게 지속된 업무임에도 계약을 일방 종료하거나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 대책 수립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 학교 자료사진. ⓒpixabay
▲ 학교 자료사진. ⓒpixabay

방과후코디는 방과후 교육과정과 관련된 행정업무 및 관리를 도맡는다. 1년 계획 수립, 분기 별 강사·학생 모집, 강사 출퇴근·학생 출석 관리, 교재비·재료비·강사 임금 관리, 각종 기안문 작성,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자료 작성 등이다. 기한 내 수업료를 걷기 위해 학생 집에 일일이 전화도 돌린다. 방과후 과정이 있으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관련 업무다.

김씨는 투쟁으로 해고를 막았지만 이후를 기약할 수 없다. 경기도 방과후코디들은 지난 1월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사업종료를 철회시키기 위해 노숙농성, 삼보일배, 단식농성을 했다. 사업종료 공문만 취소됐지 고용안정 대책은 없다.

대구, 충남, 강원, 경남 등의 지역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대구교육청 산하 도서관에서 일하는 초단시간 사서 130명이 올해 사업종료로 해고됐다. 학습상담원, 특수진로코디네이터 등도 같은 이유로 해고됐다. 충남·강원·경남도 도서관 연장실무원들도 정규직 전환 제외된 직후 ‘계약 갱신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 경기도 방과후학교실무사 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1월 경기도교육청 앞인근에서 해고(사업종료)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 경기도 방과후학교실무사 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1월 경기도교육청 앞인근에서 해고(사업종료)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유치원시간제 기간제교원’은 천천히 정규직 교원으로 대체되고 있다. 충북지역 296명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교원 중 12명이 강제퇴사됐다. 정규직 교원 12명이 이들 자리에 배치되면서 올해 계약 갱신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1시부터 5시까지 유치원 방과후 과정을 맡는다. 방과후 과정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이들 업무도 없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이 3~4년 넘게 근속했다. 그럼에도 정규직화에서 제외된 데다 고용 보장 대책이 없으니 기간 만료로 해고되는 것이다.

유치원 시간제 교원은 매년 계약서를 작성하며 최대 4년 마다 채용경쟁을 치러야 한다. 한 학교에 최대 4년까지만 근속할 수 있다. 기간제교원으로 분류되지만 급식비·각종 수당·복지비·상여금 등은 받지 않거나 절반 이하로 받았다. 임금 차별이다. 교육청 측은 이들을 정규직에서 제외하며 ‘종합 개선방안’을 약속했으나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선 “교육청이 필요할 땐 주먹구구식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쓰더니 정규직화 명령이 떨어지니 제외시킬 명분만 찾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김씨는 “고용계약서를 쓰는 우리에게 자원봉사라고 하다니 어불성설이다. 교육청에 아무리 논리적으로 항의해도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17개 시·도교육청 8만5천여명 기간제 노동자 중 7만6천여명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청이 노동자들의 말을 안 들으니 정부 주도로 비정규직 노조·정부·교육청 3자 논의 기구를 만들어 재논의하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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