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그룹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더벨’(the bell)에서 올 한해에만 기자 23명이 퇴사했다. 전체 인력의 3분의1 규모다. 경력기자 수혈도 쉽지 않아 조직이 유지될 수 있을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더벨에서는 5년 차 안팎 ‘주니어’ 기자뿐 아니라 10년 차 이상의 차장급까지 다양한 연차의 기자들이 퇴사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18일 하루에만 3명이 퇴사했다. 지난해 10월 입사한 수습기자들 중에서도 약 절반이 더벨을 떠났다. 더벨 전직 기자는 “원래도 이탈이 잦은 조직인데 창사 이래 최악의 이탈”이라고 전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자들이 더벨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전직 더벨 기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외부적으로는 업무 강도가 높아서 퇴사한다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지나친 경쟁 구도다. 회사는 돈 이야기만 하면서 매달 기자들 성과를 평가했다”고 전했다. 매달 기자별로 성적표를 매기며 경쟁을 조장하지만 정작 성과평가 기준이 투명하지 않다는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더벨을 퇴사한 B씨는 “고압적인 사내 문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 생활에 대한 꿈을 갖고 회사에 들어왔지만, 기자로서의 명예가 없었다”며 “위에서 주문하는 기사를 써야 하니 나도 기업에 고압적으로 대하게 돼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더벨은 직원들에게 매달 진행하는 성과평가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편집국장은 기자들에게 오로지 ‘더벨의 이익’만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더벨 전직 기자들은 “더벨의 이익이란 기사로서의 가치 여부보다는 영업이 되는 기사를 쓰라는 의미다. 기사의 형식을 취한 사기업의 영리를 위한 글을 써야 높은 성과를 받을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나친 업무 강도도 문제다. 보도자료가 아닌 분석적 경제기사를 작성하는 가운데 더벨에서 주최하는 포럼과 컨퍼런스 자리 판매, 더벨 기사를 1년간 볼 수 있는 아이디 판매, 더벨에서 발간하는 책 판매 등 기사 작성 외적인 일을 하다 보면 기사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다 보니 사내 문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창구가 없고, 조직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더벨을 퇴사한 전직 기자들은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이탈자가 끊이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지속적인 인력 이탈에 더벨 편집국은 경력 기자 수혈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습기자들의 줄퇴사 이후 채용형 인턴을 모집했고, 평기자들에게 ‘무조건 한 명씩 (경력 기자를) 추천하라’는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편집국 내부에서조차 ‘우리가 인사팀도 아닌데 왜 경력 기자를 알아보러 다녀야 하느냐’는 냉소가 팽배한 상황이다. 성화용 더벨 편집국장은 인력 유출과 관련해 “코멘트를 따로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매체 종사자들은 연봉을 더 올려줘도 더벨로 가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다. 더벨 기자들에 비해 연봉이 절반 수준이라는 한 기자는 “주관적 평가인지 객관적 평가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기사를 평가한다고 들었다. 지금 내가 처한 노동 강도도 낮지 않은데 돈으로 보상해준다고 해서 쉽게 이직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제매체 기자도 “다른 경제매체 기자들과 더벨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돈을 아무리 더 줘도 삶이 피폐해진다면 가기 힘들 것 같다. 내가 알기로도 제안이 왔는데 이직하지 않은 고연차 기자가 있다”며 “채용이 거의 확정됐는데 주변의 평을 듣고 안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