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일동 웃음)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18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첫 일정 중 경제계 인사와 북한 인사와 만남에서 북한 리용남 내각부총리가 한 말이다. 리용남 내각부총리가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처지를 농담조로 건넨 말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의 이재용이다. 평양은 처음 와봤는데,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니까, 또 호텔 건너편에 한글로 써져 있고, 또 우연히 보니까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써져 있었다”며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한글로 된 것을 처음 경험했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제계 인사 방북 대표단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엘지 그룹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포함됐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북 대표단 동행은 특별히 관심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2심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라 불법행위로 물의를 빚은 경제인의 사절단 배제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언론은 북한의 요청으로 재벌총수들이 방북 대표단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경제계 인사의 정상회담 동행은 통상적인 일이라는 입장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18일 브리핑에서 ‘재벌총수가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경제인들의 방북과 관련해서 북측의 요청이 있었다라는 그런 보도를 제가 본 적이 있는데 사실은 전혀 아니다”며 “방북 수행단의 결정은 전적으로 저희 정부에서 결정을 한 사안이다. 그리고 우리 경제인들의 참여는 역시 이전에 제가 여러분들께 브리핑을 한 것처럼 남북관계의 장래 또 미래를 위해서 경제인들의 이번 수행단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우리 경제인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단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있었던 모든 정상회담에서 경제인들이 다 같이 참여를 했다라는 그런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경제계 인사와 북측 인사와 만남에서는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경제계 인사들이 대규모로 방북, 첫 대면 인사 성격 차원의 만남으로 해석된다.

경제계 인사 대표격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공항에 도착해서 제가 제일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자주 통일’이라는 구호 뿐 아니라 ‘평화 번영’이라는 구호가 많이 있었다”며 “그래서 과거와는 다르게 남북이 같이 평화와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그런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리용남 내각부총리는 “우리 경애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판문점(선언) 제목을 보십시오.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라고 답했다.

경제계 인사 만남은 각자 자신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07년 기업인들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11년 만에 다시 왔다. 그 사이 남북관계도 여러 가지 변화가 많고, 할 일도 많다”며 “오늘은 공동의 번영을 위한 자리도 좋고,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도 좋고,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민간에서는 단말기 게임 회사, 관에서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과 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자 리용남 내각부총리는 “새시대 사람이로구만”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일동 웃었다고 한다.

▲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최태원 SK 회장은 “2007년에 왔었는데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앞으로 북한 교류가 많아지고 같이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빨리 다시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북측에서 리용남 내각부총리,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조철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용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이 참석했고, 남측에서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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