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당 윤리감사위원장에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을 임명하는 바람에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 대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7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영종 전 지청장을 윤리위원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청장은 15년 전인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대통령에 청탁전화를 문제삼으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따지면서 유명해졌다.

-김영종 전 지청장 : “…제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이 마음에 안들어서 안하겠다, 이것은 대통령께서도 법률가이시고 장관도 법률가이신데 법치주의의 근간을 망각하는 겁니다. 대통령에 취임하시기 전에 부산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뇌물사건과 관련해서 잘 좀 처리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신문보도에 의하면은. 그때는 왜 검찰에 전화하셨습니까. 그것이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노무현 대통령 : “이쯤되면 막하자는 거지요. 우선 이리되면 양보없는 토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전 지청장은 한양대 법대를 나와 사법연수원 23기로 검사가 됐다. 그는 검사와의 대화 이후 2008년 청주지검 영동지청장, 2009년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 2011년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기획관, 2013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2014년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 2015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2016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까지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7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된 이후 옷을 벗었다. 그는 현재 송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다.

김 전 지청장이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을 맡자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와의 대화 이후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김 지청장이 요직에 발탁됐으나 박근혜 국정농단 때 대통령에게 어떤 쓴소리를 했느냐고 반문했다.

▲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에 임명된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이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 대화에서 질문하고 있다. 사진=노컷V 영상 갈무리
▲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에 임명된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이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 대화에서 질문하고 있다. 사진=노컷V 영상 갈무리
김영종 전 지청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범계 의원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사와의 대화 당시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 김영종 검사의 그 질문은 작심하고 한 질문이었다. 당시 제가 주무 비서관으로서 파악한 정보보고 중엔 검사와의 대화에 나온 검사들이 사전에 여러 준비들이 하고 나온 것으로 안다. 그 질문도 대통령과 대화이기 때문에 마음먹고 준비해서 의도적으로 했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박범계 의원은 당시 김 전 지청장의 질문을 두고 “그 질문이 고약한 것이 노 대통령도 ‘이쯤 되면 막하자는 것이지요’ 했을 정도로 검찰개혁의 의지를 물건너 가게 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 개혁 열망과 의지가 있었고, 토론회에 나온 검사들(21~23기)과 같은 젊은 검사를 검찰개혁의 동력으로 생각했다. 젊은 검사의 지지와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있지 않고서는 개혁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노 대통령은 그 때문에 참모들 만류에도 대화를 추진했다. (김영종 검사의 질문이) 그런 좋은 의도가 물 건너가게 하는 결정적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그 뒤에 이어진 검사의 대화 내용은 수준 이하 질문들이어서, ‘검새스럽다’는 조어이 만들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부 보수언론에 의해 김 검사의 질문이 당찬 질문처럼 미화되는 흔적이 보이는데, 당시 질문이 김영종 검사의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었다면 그 뒤 이명박 정부 때의 범죄사건이나 박근혜 국정농단 때엔 쓴소리를 과연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되물었다. 그는 김 전 지청장이 박근혜 정부 초기에 검찰의 핵심요직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에 있었던 사실을 들어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 승승장구했지 (검사와의 대화 때 질문했던 것처럼 쓴소리가)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런 점에서 이번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을 맡은 것도 일종의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김영종 전 지청장 보다 3기수 선배 검사 출신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법제사법위원회 간사)도 당시 검사시절 열린 검사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당시 검사와의 대화는 (검사들이) 그렇게 얘기할 자리는 아니었다. 노 대통령이 새로운 권위를 탈피하고자 했으나 검찰에서는 (대통령과 검찰개혁에) 반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엔 검찰조직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던 반면, 지금은 검찰 내부도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여긴다”고 평가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김영종 검사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노컷V 영상갈무리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김영종 검사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노컷V 영상갈무리
송 의원은 “국민정서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김 지청장의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 임명을 두고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고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영종 전 지청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 초기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 때 채 전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었으며 그 사건 이후 좌천됐다고 반박했다. 이전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다는 것을 반박한 셈이다.

김 전 지청장은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 수락배경을 두고 “(검사와의 대화와 연결짓는) 그럴 것까지는 없다. 당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법률가로서 필요하다고 해서 주변에서 추천을 해서 수락했다. 자유한국당에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고, 어느 자리든 어느 정당이든 그런 요청이 있으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15년 전 애기를 꺼내는데 그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범죄사건이나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사건에 쓴소리한 적은 있느냐는 박범계 의원의 주장을 두고 김 전 지청장은 “제가 범죄정보기획관 할 때는 채동욱 혼외자 사건이 발생했는데, 채동욱 총장을 모셨다(보좌했다). 그 사건으로 같이 문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큰 요직을) 한 것도 없다. 채동욱 총장의 호위무사 또는 순장조라는 표현도 들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애를 많이 먹었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을 맡은 것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질문이 정파적 반감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김 전 지청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토론회 할 당시 대검에서 자료를 많이 준비해줬다. 그 안에서 회의도 해서 한 것이다. 정파적인 이유에서 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위한 과정이 아니냐는 질의에 김 전 지청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지난 정권이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느냐. 나는 지금까지 정치 얘기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최근까지도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문자메시지 답변을 통해 “윤리위원장은 당내문제를 처리하는 자리이며 그 권한은 당내 인사를 향하게 되어 있다. 여당을 향해 균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여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당내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누구에게도, 또 어느 계파로부터도 영향받지 않는 강직함이 요구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른 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 김영종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 사진=자유한국당
▲ 김영종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 사진=자유한국당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