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올해 초 MBC로부터 계약만료를 통보받은 전직 아나운서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정했다. 한동안 언론에 나서지 않았던 이들 아나운서는 18일 공개적으로 MBC를 향해 지노위 구제명령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전직 MBC 아나운서 9명 가운데 3명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休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아나운서들을 대리하는 안현경 노무사(노무법인 참터), 고 이한빛 PD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 이사장과, 탁종렬 한빛센터 소장이 함께했다.

2016~2017년 계약직으로 채용된 이들 아나운서는 지난 2월 MBC 정규직 아나운서 공개채용에 응시했으나, 채용 합격자는 11명 중 1명에 그쳤다. 지난 4~5월로 계약이 만료된 아나운서들은 ‘계약만료’ 통보가 사실상 부당해고라며 지난 6월29일 MBC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0일 ‘근로자들 주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MBC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인정된 전직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休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 탁종렬 소장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 MBC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인정된 전직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休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 탁종렬 소장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 이선영 전 MBC 아나운서가 18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 이선영 전 MBC 아나운서가 18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이선영 전 아나운서는 이날 “법적 대응을 결정한 지난 5월 이후 수많은 노무법인을 찾아다녔는데 저희 손을 쉽사리 잡아주는 곳이 없었다. 밖에서 싸우는 대신 우리가 겪은 일을 입증하는 데 3개월을 보냈다”며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10명이라는 한 줄로 끝날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기에 MBC가 진지한 고민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안현경 노무사는 “아나운서 채용 당시 기간제 계약은 정황상 ‘형식’에 불과하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것은 불가하며, 기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및 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가 존재했기 때문에 신규채용 절차를 거친 고용관계 종료는 부당하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유를 밝혔다.

안 노무사는 그 근거로 △2016~2017년 당시 MBC 경영진이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계약직 형태로 아나운서들을 채용했고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실제 정규직과 동일한 교육과 근로조건에서 일했고 △‘고용형태 변경 가능’을 명시한 채용공고와 MBC 인사규정에 비춰 정규직 전환과 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채용 과정의 부당성도 주장했다. 아나운서국장이 앞서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특별채용을 제안했지만 실제 특별채용 기안이 작성(3월29일)되기도 전에 신입사원 입사 시험(3월13일)을 봐야 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채용에서 간소화된 전형을 거쳐 정규직 전환이 된 타 부서 계약직과 달리 아나운서들은 신규채용 전형에 응시해야했다고 지적했다.

▲ 전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대리하고 있는 안현경 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사진=김현정 PD
▲ 전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대리하고 있는 안현경 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사진=김현정 PD
▲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18일 전직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18일 전직 MBC 계약직 아나운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MBC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MBC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지노위) 판정서를 받고 검토한 뒤 원칙과 절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판정서는 판정일로부터 30일 안에 당사자들에게 서면통보해야 하며, MBC는 판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안에 지노위 구제 명령(복직)을 받아들이거나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요청해야 한다.

아나운서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반 회사라면 당연히 재심을 청할 거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MBC가 진정으로 변화했다고 믿고 싶다”며 “노동사건은 1심 판결을 우선 이행하는 것이 원칙이라 외치던 최승호 사장 모습을 기억한다. 새로운 MBC와 최승호 사장은 힘없는 계약직 신분이기에 겪어야만 했던 일들을 외면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이날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지노위 승소를 축하하는 의미로 꽃다발을 전했다. 이 이사장은 언론노조를 향해 “그동안 언론 민주화와 공정방송을 위해 지난한 투쟁을 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열심히 싸웠지만 당사자들 싸움만으로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같이 일하는 이들의 노동조건과 일자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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