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소속 H교수가 자신과 서울대병원을 비판한 기자를 형사 고소했다.

김아무개 쿠키뉴스 기자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H교수와 서울대병원의 각종 의혹을 비판해왔다. 김 기자는 △H교수, 폐쇄병동에서 환자 폭행 △임상시험 연구윤리 위반 △연구비리 △서울대병원 환자 의료정보 무단열람 △서울대 의대 박사 부정입학 △정치인 안철수 배우자 서울대병원 교수 임용특혜 등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 서울대병원 모습. 사진=서울대병원 홈페이지
▲ 서울대병원 모습. 사진=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이 중 H교수는 ‘환자 폭행’ ‘연구윤리 위반’ ‘연구비리’ 의혹 등 세 가지 주제의 기사 10여건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3월 김 기자를 고소했다. H교수 관련 나머지 기사들은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경찰조사에서 쟁점이 된 건 환자 폭행 의혹이었다. 해당 기사들은 H교수가 1994~1996년까지 서울대병원 폐쇄병동(보호병동)에서 환자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다루며 당시 사건을 목격한 의료진(현재 정신과 전문의)들의 증언을 담았다. ‘연구윤리 위반 의혹’은 ‘충분히 언론이 문제제기 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고, ‘연구비 횡령 의혹’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경찰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게 김 기자의 설명이다. 

김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찰에선 목격자인 제보자를 공개하지 않으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용기 내 제보한 분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며 “의대 특성상 한번 교수와 제자 관계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고 H교수의 영향력이 커 제보자 신원이 드러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보호병동이라고 부르는 공간에는 의사·간호사·환자만 들어갈 수 있다. 김 기자는 “H교수를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쓴 게 아니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환자 폭행이 발생했다는 건 병원의 묵인과 방치가 있었다는 의미여서 그런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며 “기사를 쓰고 나니 서울대병원 내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에 제보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 서울대 의대 교수의 환자폭행 의혹을 다룬 쿠키뉴스 기사 중 일부
▲ 서울대 의대 교수의 환자폭행 의혹을 다룬 쿠키뉴스 기사 중 일부

H교수는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맡는 등 정신건강의학계에선 권위자다. 의료계에서 영향력 있는 서울대 의대 교수이기도 하다. 권위 있는 의대 교수에게 밉보일 경우 제약회사, 학회 등을 통해 차별·배제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김 기자는 “목격자들은 제보 순간에도 ‘떨린다’고 해 설득이 필요했고 기사 표현 하나에도 민감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1년 넘게 서울대병원을 취재하면서 “제보자들은 의학 전문지, 전문기자들에게도 제보를 많이 했지만 서울대병원 비판 기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전하며 H교수가 자신을 고소하자 “기자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H교수는 서울대병원 측을 통해 “기자가 H교수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기사를 반복 보도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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