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역대 남북 정상간 만남에서 북측 지도자가 직접 공항에 나와 영접한 것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정일 위원장이 영접한 이후 두 번째다. 이 같은 모습은 남북이 합의한대로 생중계를 통해 실시간 전세계로 송출됐다.

문 대통령과 공식수행원, 특별수행원 일행이 17일 오전 10시경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한 다음 10시 7분경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공항 입구에서 나와 우리 측 특별기 트랩 아래까지 직접 걸어와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비행기 문을 열고 손을 흔들자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트랩 아래에서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 내외가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김정은 위원장 내외는 함께 서로 껴안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나와 환영인사를 건넸다. 북측 환영 인사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중앙위 부위원장(조직지도부장), 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김수길 총정치국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능오 평양시 당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이 나왔다.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조용원 당중앙위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 내외의 안내에 따라 의장대 사열을 받고 이동할 차량에 올라타기 전까지 수천 명의 북측 주민으로부터 환영인사를 받았다.

▲ 9월18일 오전 10시 경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맞이했다.
▲ 9월18일 오전 10시 경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맞이했다.
양복과 한복을 입은 북측 주민 수천 명은 꽃다발과 한반도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공항에는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이 설치됐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차량에 올라타기 직전 북측 주민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생중계 화면으로 음성은 나오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도착 직후 어떤 메시지를 밝혔는지도 관심사다. 지난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 도착 직후 “반세기 동안 쌓이 한을 한꺼번에 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말했고,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통과 직전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환영 행사를 남북 합의에 따라 실시간 생중계 화면을 송출하면서 김정은 평양시대 변화상을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중계 장면에는 북측 행사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 꽃을 전달할 어린이들의 동선을 정리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기는 등 편집 없이 방송됐다. 우리 측 KBS 생중계 차량과 ‘중앙 텔레비죤’이라고 써있는 북측 중계 차량이 나란히 공항에 대기하는 모습도 처음이다.

지난 2000년과 2007년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생중계 방송 화면을 내보내지 않았다. 당시에는 정상의 평양 도착 이후 시간을 두고 편집 영상을 내보냈다.

평양 정상회담 일정 생중계는 청와대에서 먼저 제안했다. 17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평양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행사도 생방송이 진행된 적은 없었다”면서 “저희가 생중계를 제안할 때도 받아들여질 것으로는 사실 전혀 기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생중계가 차지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임 비서실장은 “16일 (남측의) 중계차 다섯 대와 두 개의 팀이 이미 평양으로 올라갔고, 조선중앙방송과 협력 체계로 일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환영행사가 생중계로 진행된 만큼 만찬과 공연 등도 실시간 방송화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날 북한 매체도 발빠르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소식을 전했다. 노동신문은 1면을 통해 “역사적인 북남수뇌상봉을 위하여 18일부터 20일까지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으로 되는 이번 평양수뇌상봉은 새로운 역사를 펼쳐가는 북남관계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는 중대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세번째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평양에 첫발을 내딛고 3차 정상회담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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