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조건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4사 재승인 심사 때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를 1년에 4건 이하로 유지할 것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올 한 해 종편이 법정제재를 5건 받으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재승인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지난해 TV조선이 재승인 심사 합격점에 미달됐고, 종편의 편파보도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방통위가 이례적으로 이 같은 재승인 조건을 부과했다. 

그러나 종편이 ‘소송’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TV조선은 법정제재를 받고 재심 청구가 기각된 ‘풍계리 취재비 1만달러’보도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소송 중인 사안에 재승인 조건 반영 여부다. 지금까지 방통위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를 할 때 법정제재를 받으면 감점을 해왔는데 소송 중인 사항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감점 대상에서 제외했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예를 들어 올해 한 종편이 재승인 조건과 관련된 법정제재를 5건 받게 되면 이 가운데 1건만 소송을 제기해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시정명령을 받지 않을 수 있다. 3심까지 가면 재승인 기한을 넘길 수 있고, 재판이 빨리 끝나 1년 만에 제재가 적절했다는 판결이 나와도 1년 단위 평가 체계이기 때문에 2019년이 되면 2018년 내려진 제재를 다시 반영할 수 없다. 방통위가 종편 문제 개선을 위해 내놓은 재승인 조건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방통위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 관계자는 “기존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때 소송 중인 사항은 점수에서 제외해온 건 사실”이라며 “다만, 이번 재승인 조건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조건이다. 아직까지 (TV조선이) 법정제재를 2건만 받은 상황이기도 하고, 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추후 논의를 통해 소송과 무관하게 제재하는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재승인 심사와는 상반된 기준을 재승인 후에 만드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시정명령을 받거나 재승인 취소된 방송사가 심의제재 취소 판결을 받을 경우 또 다른 법적 다툼이 제기될 수도 있다. 

지난해 재승인 심사 때 소송과 관련한 기준을 명확히 했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방통위 관계자는 “이상적으로 보면 의결할 때 촘촘하게 정해야 하는데 당시 담당자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법정제재를 받은 TV조선 풍계리 취재비 1만달러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소송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 법정제재를 받은 TV조선 풍계리 취재비 1만달러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소송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종편 재승인 조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종편 재승인 조건에 선거 기간 방송을 포함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선거기간 5개월 동안 선거와 관련한 방송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 이관돼 별도의 규정을 통해 심의한다. 그런데 재승인 조건에 방통심의위의 ‘방송심의규정’은 명시했지만 선거방송심의위의 ‘선거방송심의 특별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당시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조차도 선거방송이 제외된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고, 지난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문제제기 했으나 방통위는 성실하게 응답하지 않았다.

심의 제재를 기준으로 한 재승인 조건 자체가 문제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재승인은 방통위 고유 권한인데 방통심의위에 떠넘겼다.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 위반여부만 판단해야 하는데 심의가 재승인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한 종편 관계자는 “재승인 조건 기준이 왜 4건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야 한다. 이 조건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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