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를 취재하는 외신 기자에게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로 법정제재(주의)를 받은 TV조선이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TV조선은 심의결과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방통심의위)는 17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북한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를 재심의한 결과 제재수준을 바꿀 만한 새로운 사유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 사진=TV조선 '뉴스7' 화면 갈무리
▲ 사진=TV조선 '뉴스7' 화면 갈무리

TV조선 ‘뉴스7’은 지난 5월19일 “[단독] 북한, 미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북한이 미국 취재진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를 명목으로 1인당 한화 약 1100만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7월 해당 보도가 취재원 불명의 정보를 ‘북한의 공식 입장’처럼 단정, 적극적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했고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TV조선은 △‘1만 달러 요구 사실이 없다’는 특정 외신기자 발언을 인용한 타사 보도에 비해 TV조선 방송이 객관성을 잃었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고 △방통심의위가 TV조선이 제출하겠다고 한 취재원 녹취록을 확인하지 않았고 △1만 달러 요구설을 보도한 타 매체는 행정지도에 그친 점 등을 들어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강상현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여당 추천 방통심의위원(김재영·심영섭·윤정주·이소영) 5인은 TV조선 측 재심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과 이상로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인용’ 의견을 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엄연히 취재원이 존재하고 취재원과의 대화록도 존재한다”며 “보도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명백히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우리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광삼 위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봐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됐을 경우 폭넓게 인정해줬다. (법정제재는)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광삼 위원과 이상로 위원은 심의 결과에 항의하며 퇴장한 바 있다.

반면 이소영 위원은 TV조선 재심 청구와 관련해 “위원회가 녹취록 확인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녹취록의 ‘비공개 확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라며 “취재원 말을 번역해 공증하겠다고 했는데 번역 공증은 의미가 없다. 진술자가 누구이고 진술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공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영 위원은 “타 매체가 TV조선과 달리 ‘행정제재’에 그친 이유는 문제 되는 보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차이가 있기에 법정제재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위원은 “취재원이 존재하느냐 안 하느냐, 취재원이 믿을만한 정보원이냐를 떠나서 이 사안이 보도할 가치가 있고 공공 이익에 관련한 사안이어야 하는데 북한이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공공의 사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진=TV조선 '뉴스7' 화면 갈무리
▲ 사진=TV조선 '뉴스7' 화면 갈무리

이번 재심 청구 기각으로 TV조선에 대한 법정제재는 2건이 확정됐다. TV조선은 최근 전라남도 강진군 살인사건의 자극적인 보도와 관련해서도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종합편성채널은 지난해 재승인 심사에서 오보·막말·편파방송과 관련한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TV조선은 향후 심의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의견진술차 참석했던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납득할 수 없는 절차를 내린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