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참여연대가 이 후보자에게 전 정부 노동행정과 현 정부 정책을 두고 견해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 후보자는 고용정책 전문 관료로 타임오프제와 단시간근로제 도입 등 이명박 정부 때 노동계가 반발해온 정책을 지휘해왔다.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고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 후보자가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보는 시각이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는 17일 질의서를 보내 이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시절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노동자의 백혈병을 산업재해 인정하는 판결에 항소한 사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자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내던 2013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산재인정 및 유족 급여지급 판결을 내렸다. 같은 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몇몇 의원은 이 이사장에게 ‘항소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유족과 법률관계를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답변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은 기한을 하루 남겨놓고 항소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밝혔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하고 있다. 사진=민중의 소리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하고 있다. 사진=민중의 소리

이명박 정부 때 이 후보자가 노동부 노사정책실장으로 지휘한 정책을 놓고도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2010년 노사정책실이 주도해 △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복수노조 제도 등을 시행했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특히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노조파괴에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당시 실장을 지낸 이 후보자에게 개선방안을 물었다.

그밖에도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이 후보자의 시행 계획을 물었다.

참여연대는 △노동조합 가입률과 단체협상 적용률 제고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임금체납 해소와 구제 등 노동권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모두 문 대통령의 공약으로,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현재 10%에 불과한 노조가입률과 단협적용률을 개선하고 △최저임금 전담 근로감독관을 신설하며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남용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시간, 실업보험 등 노동조건을 둘러싼 공약에도 질의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칼퇴근법) 도입 △포괄임금제도 규제 △실업급여 기간 확대와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보장 등을 어떻게 이행할지 계획을 물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고용보험과 관련, 이 후보자는 2011년 문화예술인에 고용·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예술인복지법에 반대 견해를 밝혔다.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속한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참여연대는 지난 정부의 불합리한 노동행정을 다룬 ‘고용노동행정 개선사항’을 놓고도 이행 계획을 물었다. 고용노동부 태스크포스(TF)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지난 1일 최종 조사결과와 함께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전교조 법외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현대기아차 불법파견 해결 등을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 후보자는 신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튿날인 31일 “뭐니 뭐니해도 일자리 창출 문제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존중사회가 두 번째 과제로 들어가야 하고 세 번째로는 이 문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 사회 고용 안전망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대노총도 이 후보자 지명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30일 성명에서 “내정자는 노동부 차관으로서 이명박 정권 말기 노동행정의 퇴행에 직접 책임이 있다”며 “벌써 과거 정권 시절 이재갑 내정자의 노동부 경력에 대해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장관으로 확정되면 그는 ‘삼성의 노동탄압 협조’ 등 과거 노동부가 자행한 적폐정책을 청산해야 한다. 친정집의 잘못에 개혁의 칼을 들이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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