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노동자대표단체여야지 뭔 동성애까지 오지랖을 넓히려 하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말씀하신 ‘오지랖’을 우리는 ‘연대’라고 합니다. 노동자와 소수자, 사회적 약자가 함께 사는 방법입니다.”
9월10일 민주노총 트위터가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있었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과 폭력 사태를 비판하며 기고 글을 올리자, “왜 민주노총이 오지랖을 부리냐”는 멘션이 달렸다. 이에 민주노총 트위터 계정이 단 답변은 수천 건의 RT(리트위트)를 탔다.

이외에도 민주노총 트위터가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나 가짜뉴스에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는 인사말로 시작한 정정 트윗들도 화제를 모아,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트위터에서 하나의 유행어로 취급받고 있을 정도다.

미디어오늘은 14일 민주노총 트위터 ‘계정 뒤의 사람’을 만나봤다. 다만 인터뷰이는 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 민주노총 트위터 계정의 트윗.
▲ 민주노총 트위터 계정의 트윗.
기존 민주노총의 트위터 계정은 민주노총 소식지 등을 자동으로 올리는 정도로만 활용됐다.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이 직접 계정을 운영한 시기는 올해 3월 민주노총이 ‘IMC 게임즈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과 전향 강요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올리고 나서다.

IMC 게임즈는 3월26일 ‘원화 작가가 민우회와 페미디아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어 메갈 트위터 이용자로 의심 된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에 따라 회사 대표가 직접 당사자를 개인 면담한 내용을 게시했고, 민주노총은 이에 “여성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전향 강요를 중단하고 성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논평을 냈다. (관련기사: 넥슨, 원화가에 “왜 여성민우회 계정 팔로우했냐”) 관리자는 이 논평 이후 트위터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자들에게 메일로 전해지는 것을 제외하면 민주노총 성명을 홈페이지에서 조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회 수도 백단위 정도다. 그런데 이 성명의 조회 수는 5만 건이었다. 트위터로 빠르게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왜 민주노총이 이런 일에?’라며 생경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용자들은 곧 이 사안이 ‘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증’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지지를 보냈다. ‘사슴 사냥터라고 생각한데서 러시아 불곰 튀어나온거 본 기분’이라며 강성노조 이미지에 기댄 재미있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노총의 다양한 모습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관리자는 트위터의 익명적 특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에 관심이 있더라도 민주노총 페이스북 계정이 올린 글에 ‘좋아요’나 ‘공유하기’를 누르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노동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직장 동료, 가족 등 지인들에게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면 트위터는 대부분 익명이기에 메시지에만 공감하면 비교적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

민주노총 트위터 관리자는 트위터가 ‘가짜뉴스’를 정정하기에도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에는 답글 기능이 있어 어떤 ‘가짜뉴스’가 떠돌더라도, 그 밑에 답글을 달아놓으면 그 답글 역시 함께 붙어 떠돌아다녀서 사실관계를 한눈에 보기 편하다.

“올해 초 민주당, 한국당, 미래당의 최저임금법 개악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극문’이라 칭하는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노총에는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이 없다’는 소문을 유포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차별한다’, ‘민주노총이 이명박을 지지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는 찍소리도 못하더니 문재인 정부에게만 항의한다’는 말도 나왔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모든 내용에 멘션(답글)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실관계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폄훼나 ‘가짜뉴스’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고 시작하며 조목조목 반론을 펼친 트윗글들에 사람들은 반응했다. 관리자는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는 문구를 쓰게 된 이유를 이전 직장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이는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용할 ‘선생님’이라는 말이 입에 붙은 것.

“공식 계정의 언어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 안에서 나름의 예의를 갖춰 사실관계를 전하고자 한 것일 뿐인데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그리고 이번 ‘연대’ 트윗에 이용자들이 반응했던 것은 ‘말의 힘’이 아닌 ‘연대의 힘’ 때문이라 생각한다. 전국 각지에서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민주노총 활동가와 조합원들 덕분이다. 서울, 인천, 대구, 등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민주노총 깃발이나 부스를 볼 수 없었다면 그 트윗에 반응이 있었을지 의문이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민주노총 트위터 계정의 트윗들.
▲ '안녕하세요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민주노총 트위터 계정의 트윗들.

민주노총의 트위터가 화제를 모으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낡은 운동권’이라는 일부의 편견도 어느 정도 깨질 수 있을까.

“민주노총이 낡은 운동권이라는 것도 낡은 편견이 아닐까. 변화하는 현실과 기대에 실시간으로 부응하지는 못해도 조직구성도, 주장하는 의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에는 16개의 산별연맹, 수천개의 사업장, 80만 조합원이 있는데 미디어에서는 특정 사업장의 모습만 주목받고, 조직·투쟁·교섭이 있으면 투쟁만 부각된다. 또 거기서도 투쟁의 이유가 아닌 투쟁 그 자체만 드러난다.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의 민주노총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

관리자는 최근 민주노총에서 기존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던 다양한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민주노총의 다양함이 더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상근 활동가 몇 명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굴러간다. 올해 네이버 노조가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소속으로 만들어졌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공동성명’이라는 별칭을 만들고 노조 간부를 ‘스텝’이라 칭한다. 게임회사인 스마일게이트 조합원들도 업계의 특성을 살려 이름을 ‘SG길드’라 붙였다. 같은 화섬노조의 파리바게트 조합원들은 제빵사를 본딴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젊은 세대, 새로운 직종의 조합원들이 늘어나면서 민주노총의 모습도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관리자는 앞으로 지역 청년들의 노동 문제를 더욱 드러내고 싶다고 밝혔다.

“11월 총파업을 앞두고 경북지역의 민주노총 사업장들을 찾았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경북 경주의 한 공장에서 아침마다 청년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포항의 한 제철업체에서 30대 청년 노동자들이 3년 동안 갖은 고생을 겪으며 어용노조를 부수고 민주노조를 건설했다는 것을 알까. 그리고 그 노동자들이 지난 촛불집회에 매주 관광버스를 타고 올라와 참여했다는 것을 알까. 민주노총에 오기 전에는 저도 몰랐다. 그 청년노동자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지역 청년 노동자 이야기가 미디어에서 너무나 덜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미디어에 덜 재현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노동자들 이야기를 더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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