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와 양대 항공사 원·하청 직원들이 처음 국회 앞에서 같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항과 항공사 파업을 사실상 가로막는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위해 국회와 정부에 노동법 개정을 촉구했다.

인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직원 5600명,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원·하청 직원 5400명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는 17일 오후 국회 앞에서 “항공노동자 파업권 제한이 재벌갑질을 양산했다”며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위한 항공·공항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 공항공사와 양대 항공사 원·하청 직원들이 17일 국회 앞에서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위한 항공·공항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공항공사와 양대 항공사 원·하청 직원들이 17일 국회 앞에서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위한 항공·공항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은 항공사 노사관계가 ‘심각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노조법(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필수유지업무’ 때문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2008년 국민의 생명·안전과 일상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취지로 도입됐다. 노조법 42조는 필수유지업무 종사자의 파업권을 제한한다. 파업에도 꼭 유지할 업무와 유지율 등을 회사와 협의해 정한다. 노사 자율협의가 안 되면 유지율을 노동위원회가 정한다. 

항공운수산업은 모든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있다. 티켓팅부터 보안검색, 항공기 제설·제빙·화물 탑재 등 14가지 업무가 전부 포함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관제교통으로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를 국한시키고 있다. 공항·항공 노동자들은 국제노동기구에 따라 ‘항공기 이·착륙 시설의 유지·운영’ 만을 남기고 13가지 업무를 전면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정의당 ‘노동이 당당한 나라’ 본부장은 “과거 ILO를 방문했을 때 관계자가 ‘한국엔 비행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그리 많냐’고 물었다”며 “무슨 항공산업이 필수유지업무냐. 항공산업 중단된다고 국민 생명·안전·일상이 어떻게 현저히 침해되냐”고 말했다.

실제 철도노조 위원장으로 파업을 해본 김영훈 본부장은 “철도도 필수공익사업장이다. 2016년 성과연봉제 저지 위해 파업을 했는데 74일 동안 해도 끝이 안났다. 필수유지율이 60%라고 했으나 사측은 KTX를 100%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KA 노조(아시아나 지상여객서비스지부)는 “외주화할 땐 필수업무가 아니고 단체행동권 행사할 땐 필수업무라 보는 꼴”이라 비판했다. KA는 탑승 수속, 휠체어승객 지원 등 아시아나항공사 및 제휴항공사 지상서비스를 전담한다. 회사와 교섭 중인 KA 노조는 현재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필수유지업무로 묶여 단체행동권이 제한됐다.

문혜진 KA 지부장은 “기내식 대란으로 수많은 비행기가 지연되고 결항됐을 때 박삼구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책임자 그 누구 하나 왜 처벌받지 않았느냐”며 “왜 그 중요한 업무를 외주와 하청을 통해 하는 건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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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공사와 양대 항공사 원·하청 직원들이 17일 국회 앞에서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위한 항공·공항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공항공사와 양대 항공사 원·하청 직원들이 17일 국회 앞에서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위한 항공·공항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조현민 전무 물컵 갑질’ 사태가 노조 설립까지 이어진 대한항공 직원, 외국항공사 지상조업 서비스를 전담하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 노조도 “항공사 재벌만 보호하는 법”이라 한목소리를 냈다. 김진영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지부장은 “국회가 국정감사 하듯이 불공정한 사용자는 민주노조가 견제해야 회사가 온전히 운영된다. 지금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재벌이 아무리 갑질해도 노동자가 아무 것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양대항공사는 완전히 오너일가 개인 소유였음이 확인됐지만 아무도 단죄되지 않았다. 이런 사태가 반복될까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며 “위헌적 파업권 제한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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