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방북한 선발대가 평양을 담은 방송 화면과 풀(pool) 전문을 보내왔다.

취재 기자단을 포함한 선발대는 16일 육로로 이동해 자정을 갓 넘겨 17일 0시30분께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평양공동취재단에 따르면 개성에서 평양까지 170킬로미터의 도로는 왕복 4차로 곳곳이 패여 시속 60킬로미터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최근 폭우로 인해 도로 사정이 악화돼 복구공사중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선발대가 고려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유니폼을 입은 북측 호텔 직원이 양쪽으로 서서 박수를 치며 환영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북한엔 전종수 조국통일위원회 부부장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이 나와 선발대 단장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 등 선발대 일행을 맞이했다.

이들은 호텔 로비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큰 행사(9.9절 지칭한 듯) 많아서 힘들어겠다”라고 하자 북측 전종수 소장은 “성대하게 잘 치뤘다. 바빴다”고 답했다. 탁 행정관이 “영상으로 보니 많이 준비했더라”라고 말했고, 전 소장은 “행사 치르고 만족했다. 잘했다. 남북이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종수 소장과 서호 비서관의 오래된 인연도 대화의 소재로 올랐다. 전 소장은 서호 비서관에게 “오랜 만에 보니 반갑다”라고 말했고, 서호 비서관은 “연락사무소장으로 보니 반갑다. 예전에 2002~2003년 남북 상급회담할 때 그 때 만났었죠”라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15년 만의 만남이군요”라고 말했다. 이에 서호 비서관은 “(전 소장) 따님 얘기를 그 때 했는데 벌써 시집 갔으니”라고 말했다고 공동취재단은 전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 소장과 서호 비서관은 지난 2013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남북 갈등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 2013년 6월12일 남북은 당국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끝에 만남이 무산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해서 천해성 실장,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을 대표단으로 선정했고, 북한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해서 전종수 조평통 부국장, 김성혜 조평통 부장 등을 대표단으로 파견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측 수석대표로 통일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했다. 조평통 국장이 북한에선 장관급이라서 우리측도 통일부 장관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서기국장을 장관급으로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아 통일부 차관이 회담에 나오는 것이 옳다고 맞서 간극을 좁히지 못해 회담이 무산됐다.

▲ 3차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16일 평양으로 출발한 선발대가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한 모습. 호텔 로비에서 선발대 단장인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이 전종수 조국통일위원회 부부장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3차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16일 평양으로 출발한 선발대가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한 모습. 호텔 로비에서 선발대 단장인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이 전종수 조국통일위원회 부부장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선발대는 고려호텔 2층에 마련된 남측 메인프레스센터를 개소하고 “북측 관계자들도 바쁜 와중에 프레스센터 운영을 비롯해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남과 북이 뜻을 모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개최를 이뤄내겠다”(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고 밝혔다.

평양공동취재단은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평양 거리는 평상시처럼 차분한 분위기로, 정상회담을 알리는 플래카드 등은 아직 보이지 않고, 다만 정상회담 기간 환영행사 등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일부 목격되기도 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 전언”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고려호텔 외부 시내로 나가는 것을 통제했다고 방북 취재단은 전했다.

방북 취재단이 전송한 화면을 보면 고려호텔 내부와 고려호텔 앞 KBS 중계차량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용할 방탄 경호차량이 보인다. 호텔 앞에서 찍은 평양 길거리는 현지 주민들이 거리를 걷는 등 한가한 모습이다. 고려호텔 2층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에서 취재단이 기사와 사진을 전송하고, 권혁기 춘추관장이 ‘서울직통’이라고 붙여진 전화기 앞에서 현지 상황을 보고하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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