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올라온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이번에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고 해야할까”라고 말해 난항을 예고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특별사절단을 파견해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미 모두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남북간 처음으로 비핵화 문제가 의제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임 실장은 17일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브리핑을 통해 18일과 19일 연이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회담이 예정돼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정상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화에 무게가 있다. 일체의 형식적 절차를 걷고 첫날부터 정상회담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특히 “과거 남북 간에 비핵화가 정상간 의제로 올라온 적은 없었다. 이번에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고 해야할까”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 의제는 북미간 의제로 다뤄지고 비핵화 의제를 꺼내는 것에 대해서 북미가 달가워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중심 의제로 돼 있고, 마치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는 것처럼 돼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얼마나 진솔하게 (정상간) 대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서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 합의가 나올지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구두 합의가 이뤄져서 발표될 수 있을지, 저희들로서는 블링크(빈칸)”라고 말했다.

▲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월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초청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월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초청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이번 3차 정상회담이 1차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과 2차 정상회담과 달리 남북간 의제를 뛰어넘어 북미관계까지 중재하거나 촉진시킬 구체적인 비핵화 문제를 다루기에 난항을 예고한 것이다. 비핵화는 실무선상에서 조율하기 어려워 양 정상간 대화로 합의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먼저 이뤄지고 핵폐기 등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맞서 교착 상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실질적 협상안을 내놓고 양쪽을 설득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3차 정상회담이 북한과 담판을 지을 협상장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해 절충안이 마련되면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임종석 실장은 “정상회담 직후 유엔총회가 있다.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가시기 때문에 거기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 일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원이 18일 오전 8시 40분경 성남 공항을 출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문 대통령 일행은 이날 오전 10시경 평양 국제공항 순안공항에 도착해 공식 환영 행사에 참석한다. 정상회담 일정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항을 직접 방문해 문 대통령을 직접 맞이하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임종석 실장은 “최고 지도자가 움직이는 동선을 공개하지 않토록 하는 것이 (북의) 관례였다”면서도 “공항에서 공식 환영 행사가 계획돼 있어서 직접 영접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8일 오찬 뒤 바로 단독 회담을 갖는다. 첫날 회담이 종료되면 환영 예술공연을 관람하고 환영 만찬이 진행된다. 19일 둘째 날에도 단독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임종석 실장은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오전 회담 후에는 합의내용이 공동기자회견 형태로 발표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날 오찬은 대동강편 옥류관에서 진행되고 저녁 환송 만찬이 계획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시 현지 주민들이 자주 찾는 식당을 찾는 일정을 소화해왔는데 평양에서도 이런 그림이 나올지 주목된다. 임 실장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평양 주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만찬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1차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던 도보다리 산책이 재현될지도 기대된다. 임종석 실장은 “(마지막날) 공항에서 환송 행사를 마치고 오전에 서울로 향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두 정상간 친교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난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지난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3차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간 만남부터 평양의 모습을 생중계로 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역대 정상회담에서 생중계로 평양 모습이 전파를 탄 적은 없다. 우리 정부는 평양에서 정상회담의 주요일정을 생중계하는 것을 북한과 협의해 생중계 방송차량 5대를 선발대로 파견했다. 임종석 실장은 “어느 정도 일정이 생방송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실무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순안공항에 내려서 환영행사부터 중요한 일정이 생방송으로 방송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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