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포스코에 새 노조 준비위원회가 발족했지만 일주일 사이 한국노총까지 노조 설립 경쟁에 뛰어들어 17일 포스코노조를 둘러싼 2개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7일 오전 10시20분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지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난 15~16일 포항 인근에서 비공개 총회를 열어 광양과 포항공장을 묶는 통합 지도부를 선출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포스코 민주노조 건설이 속도를 내자 회사의 방해공작도 다양해졌지만 회사 움직임이 지체없이 금속노조에 접수되고 있어 민주노조에 대한 현장의 높은 기대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업계 최고를 달리던 포스코의 임금이 최근 현대제철에 역전 당한데다가 지난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는 등 현장의 누적된 불만이 노조결성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포스코가 지난 50년 동안 그랬듯 포스코 지회에게 혹여나 부당노동행위를 하거나 탄압하거나 감시하고 협박하는 것은 이제 금속노조를 향한 것과 같다”며 “이제 포스코는 낡은 이념은 벗어던지고 새로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7일 오전 10시20분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지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정민경 기자
▲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7일 오전 10시20분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지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정민경 기자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초대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스코의 무노조 50년은 경영의 감시 없이 회사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지 못했고,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데 이를 은폐해왔고, 상사의 억압과 회사의 갑질횡포에도 그저 참아야만 했다며 “분노가 쌓이고 뭉쳐서 폭발한 것이 바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오늘 한국노총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라는 형식으로 노동조합을 마치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는데, 한국노총의 노동조합은 이미 있었던 조합이며 사실상 ‘회사노조’라고 지칭하는 게 맞다”며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설립을 사실상 방해하기 위한 노조로, 두 개의 노동조합이 서로 다른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대단히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같은 날 낮 12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포스코노조 재건추진위원회 발족 및 부당노동행위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한국노총 포항지부는 성명에서 기존 포스코노조는 한 번도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포스코는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다. 1988년 민주노조건설추진위가 꾸려지면서 민주파가 조합원 2만명이 넘는 노조를 잠시 운영했지만 정부와 회사의 방해로 대다수 탈퇴하고 사실상 휴면노조가 됐다.

1991년 이후 민주노조 설립 움직임이 계속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97년부턴 노경협의회가 노조 역할을 대신해왔다. 포스코 노동자들은 지난달 단체 채팅방을 통해 민주노조 결성 논의를 시작했는데 일주일만에 1700여명으로 늘어났다.

거의 활동하지 않았던 포스코 노조는 지난 13일 총회를 열어 기존 노조위원장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해, 김만기 위원장을 선출했다. 이들은 한국노총과 손잡고 17일 회견에서 노조 재건계획을 발표했다.

김만재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기존 집행부와 갑자기 합의된 게 아니라 계속적으로 휴면노조 상태에도 물밑접촉을 해왔다. 기존 집행부가 사퇴했으므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포스코노조 비대위와 함께 17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포스코노조 재건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포스코노조 비대위와 함께 17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한국노총 포스코노조 설립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만기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가 지난 13일 급히 결성됐고 본인이 사내 관리직인 안전파트장이라는 제기에 “물론 (본인이) 안전파트장은 맞다. 그러나 관리직으로서 활동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만기 비대위원장은 ‘포스코 제철형제여러분과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기존 포스코노조 집행부에 대한 반감으로 다른 노조에 가입하고자 하는 동지들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포스코인의 자주적 노조로서 한국노총과 함께 노조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분명 많을 것”이라고 했다.

▲ 포스코 직원들 단톡방에 올라온 글
▲ 포스코 직원들 단톡방에 올라온 글

그러나 이상섭 금속노조 포항지부 사무국장은 “기존 포스코노조는 직원들의 노조가입조차 막았던 어용노조였고, 이번에 새로 선임된 비대위원장도 안전파트장으로 관리자 역할을 해왔던 사람”이라고 했다.

포스코노조가 비대위로 전환하자 새 노조를 준비하던 직원들 단톡방에는 ‘현 어용노조 위원장이 사퇴하고 새로운 위원장을 뽑았는데, 이는 어용노조가 본격적으로 노조원을 받아 직원들이 만든 노조와 대결을 시작했다’는 취지의 말들이 올라왔다. 

한편 포스코 노무협력실장은 지난 3일 현장 직책보임자에게 단체 메일을 보내 단톡방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이 메일에는 “일부 직원들이 사외 SNS 및 채팅방에 가입하여 사내 중요문서와 설비 관련 자료를 유출하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세력과 연계하여 회사와 경영층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이러한 선동에 동조하고 있어 직원과 회사의 신뢰관계를 떨어뜨리고 우리 스스로 포스코人으로서의 자긍심과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포스코 사측의 노조 결성 방해공작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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