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늑장대응과 부실한 구조가 드러나면서 삼성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침묵하는 언론사가 있다.

자난 9월4일부터 14일까지 삼성전자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이후 방송사별 메인뉴스 관련 보도 내역을 종합한 결과 채널A는 지금까지 관련 사안을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SBS·JTBC가 각각 4건씩 보도해 가장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KBS가 보도 3건과 간추린 단신 중 하나로 관련 사안을 다뤘으며 MBC 3건, TV조선 2건, MBN 1건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의식을 잃었다. 사고 직후 한 명이 숨졌고 다른 두명은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어 12일 의식을 잃은 직원 한명이 또 숨졌다.

이번 사고로 삼성전자의 늑장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사고 2시간 뒤 노동자가 사망한 후에야 신고했고 사업장 내 대피방송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채널A 뉴스A와 TV조선 뉴스9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 지난 13일 삼성 자체 구조대의 부실 구조 CCTV영상을 보도한 MBS, SBS, JTBC, TV조선 메인뉴스.
▲ 지난 13일 삼성 자체 구조대의 부실 구조 CCTV영상을 보도한 MBS, SBS, JTBC, TV조선 메인뉴스.

사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가운데 JTBC와 SBS가 12일 입수해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전자 측에서 119상황실에 “종료됐다. 출동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3명 중 2명의 의식은 돌아왔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또한 14일 JTBC 뉴스룸은 사고가 벌어진 공장에서 약 10분 거리에 화학보호복을 갖춘 119안전센터가 있었다고도 보도했다. 삼성은 언론을 통해 자체 구조대가 있기 때문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삼성 자체 구조대의 구조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삼성의 미숙하고 부실한 대응이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에는 자체 구조대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느릿느릿 이동하는 모습이 잡혔다.

MBC·SBS·JTBC 메인뉴스는 영상을 보도하며 삼성의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미숙한 대처로 골든타임을 흘려보낸 모습”(SBS 8뉴스) “출입문을 통과하는 데만 20초를 허비했다”(JTBC 뉴스룸) “의료진과 의료장비는 보이지 않는다”(MBC 뉴스데스크) 등이다. 이들 뉴스는 구조에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지적했다.

TV조선 뉴스9의 경우 방송 내용과 온라인 기사의 스크립트 내용이 상반됐다. 실제 방송에서는 “안전장비도 충분히 갖추지 않고 다소 느긋하게 움직이는 허술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온라인 기사 스크립트에는 ‘안전장비’, ‘허술한 대응’이라는 표현이 빠졌고 대신 “다소 느긋한 태도를 보이다, 인명사고 위험성을 알고 나서 다급하게 인명구조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앵커가 하지 않은 말을 썼다.

MBN 뉴스8과 채널A 뉴스A는 아예 이 소식도 다루지 않았다. 다른 중요한 뉴스가 더 많았던걸까. 이날 MBN 뉴스8은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전국 대학생 취업·창업 멘토링 특강’을 별도 리포트로 다뤘고, 채널A 뉴스A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야 정당 대표들을 ‘꽃할배’라고 부른 데 대해 여야 대표들을 만나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내용을 보도했다.

▲ 사고 소식을 다루며 삼성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언급한 KBS 뉴스9.
▲ 사고 소식을 다루며 삼성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언급한 KBS 뉴스9.

삼성전자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해물질로 인한 사망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2013년 화성, 2014년 수원에서 사고가 벌어졌고 이 때마다 늑장신고 논란도 불거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1일 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지난 5일 KBS 뉴스9만 삼성 협력업체 비정규직이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삼성 협력업체 직원 인명사고에 대한 늑장대응 및 부실조치와 함께 언론의 침묵도 항상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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