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가짜뉴스를 내보내도 규제하자고 한 적이 없다.”

15일 조선일보 “보수 유튜브 1인방송 인기에… 방송법 규제 들이미는 與” 기사에 나온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이다. 14일 “유튜브도 방송법 적용하려는 與··· 한국당 ‘여론 재갈 물리기’”(중앙일보) 기사에도 대동소이한 발언이 나온다. 네이버 기준 조선일보 기사의 댓글은 1183개, 중앙일보의 경우 3790개가 달리며 유튜브 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박성중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이들 신문의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

나꼼수 규제하라고 한적 없다? ‘거짓말’

자유한국당이 ‘나는 꼼수다’가 가짜뉴스를 내보내도 규제하자고 한 적 없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2011년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나는 꼼수다’를 언급하며 “이대로 둬선 나라가 망한다. 예산을 많이 들여서라도 특별 단속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허위사실이나 외설이 나가는 것과 관련해 현재 무방비 상태”라며 팟캐스트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1년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심의국 산하에 앱·SNS를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을 신설해 ‘나는 꼼수다’ 제재를 위한 개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나는 꼼수다’를 중심으로 야권 성향의 SNS 여론이 폭발적인 상황에서 SNS투표 인증샷을 수사하거나 SNS규제방안이 여러차례 추진됐다.

▲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대중적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대중적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통합방송법이 유튜브 규제법? 원조는 한국당

보수언론과 한국당이 비판하는 법안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안을 공개한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 개정안)이다. 조선일보는 “이번 방송법 개정 시도가 보수 성향 1인 방송들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물론, 여당에서 ‘가짜뉴스’ 대응이라는 명분 하에 정치적 표현물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의원들이 있는 건 맞지만 이 법은 그 근거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 개정안)은 ‘인터넷 방송규제’만 논의하는 법안이 아니다. 기존 방송법이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져 매체 환경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법의 골격부터 다시 짜기 위해 만드는 법이다. 인터넷 방송 규제 여부는 많은 논의 가운데 하나다.

통합방송법의 인터넷 방송 규제를 ‘보수 방송’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기도 힘들다. 초안 내용은 물론이고 초안 발표 세미나 때 정치적 표현물에 대한 심의 대응의 필요성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논의는 ‘기술적 차원’에서 시작됐다. IPTV도 방송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IPTV와 다를 바 없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인터넷 스트리밍서비스)에 대한 법제화 여부를 함께 논의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아직 유튜브를 대상으로 할지도 결정하지 않았다.

만일 ‘보수우파 방송’을 규제하고 싶었다면 통합방송법에 묶는 건 바보같은 일이다. 이 법은 방송법의 체계를 바꾸는만큼 쟁점이 많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타깃으로 하고 싶었다면 OTT 법제화만 따로 법을 내는 ‘표적 입법’을 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이미 국회에는 박맹우·김성태·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인터넷 방송을 규제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거나 정책을 제안한 상태다.

그럼에도 OTT 법제화를 보수우파 방송에 대응하는 규제로 간주한다면 비판해야 할 대상은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다.

OTT 법제화라는 단어가 공식적인 문서에서 등장한 건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유료방송발전방안 연구반 논의 때다. 연구반은 “OTT등은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모두 해당하지 않아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방송법 개정 논의를 시사했다.

이후 2016년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인터넷방송은 통신으로 분류되고 있다.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7년 업무운영계획을 통해 인터넷방송에 ‘융합콘텐츠’라는 이름을 붙이고 “필요한 경우 각종 법령 및 심의규정 제·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이 지적하지 않은 진짜 문제적 방송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보수우파 성향의 유튜브 방송의 부상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심각한 콘텐츠에는 눈 감고 있다.

유튜브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 소행이라는 영상이 버젓이 돌아다닌다. 5·18 당시 조선대생과 북한군이 시민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제대로 된 근거가 없음에도 12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설령 노회찬 전 의원의 ‘타살 의혹’은 다룰 수 있다 하더라도 “노무현 유서와 노회찬 유서의 작성자는 동일인이다” “노회찬 누가 왜 죽였나? 자살 위장 타살의 비밀과 금도굴 범죄”와 같은 영상은 분명한 허위사실이다. 이 외에도 ‘문재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내용이나 소수자를 혐오하는 콘텐츠도 많다. 이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 유튜브 인기영상 가운데 허위정보나 편향적 내용을 담은 콘텐츠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인기영상 가운데 허위정보나 편향적 내용을 담은 콘텐츠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의 적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유튜브에서 진보성향 방송이 주목 받을 때는 ‘가짜뉴스 횡행’이라며 비판한 반면 보수우파 성향 방송이 잘 나갈 때는 문제적 콘텐츠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15일 조선일보의 기사는 보수 성향 유튜브의 부상을 조명하며 ‘현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고 언급한 뒤 “야권에서는 보수 재갈 물리기라며 반발한다”, “공중파 방송처럼 1인 방송을 규제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논리를 이어간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황근 선문대 교수는 “1인 미디어를 방송 서비스로 보는 건 아이러니”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도 있고 유튜브가 우리나라 회사도 아니어서 실제 규제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일리가 있다. 인터넷 공간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도 없는 데다 방송의 기준을 정하기도 모호하고 권한을 정부에 맡기면 오남용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논리는 유튜브에서 보수우파 방송이 주목받기 전과 후가 다르다. 지난 5월 조선일보는 유튜브 내의 시사 콘텐츠 문제를 다루며 “드루킹도 깜짝 놀랄 여론조작, 유튜브에 널렸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 2018년 9월15일 조선일보 기사(위)와 5월2일 조선일보 기사. 똑같이 유튜브 내 시사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데 보수 유튜브 방송이 인기를 끌자 규제의 부당함을 강조한 반면 앞선 기사에서는 진보 유튜브 방송과 유튜브 서비스의 문제를 언급했다.
▲ 2018년 9월15일 조선일보 기사(위)와 5월2일 조선일보 기사. 똑같이 유튜브 내 시사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데 보수 유튜브 방송이 인기를 끌자 규제의 부당함을 강조한 반면 앞선 기사에서는 진보 유튜브 방송과 유튜브 서비스의 문제를 언급했다.

9월15일자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보수성향 방송의 부상을 조명하고 부정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5월2일자 조선일보는 “최근 우파 채널도 많아졌지만 구독자 수에서 좌파 성향 채널에 훨씬 못 미친다”며 유튜브 내 편향을 우려하고 “고삐 풀린 가짜 뉴스 횡행”을 지적했다.

규제에 대한 태도도 달랐다. 지난 5월 조선일보는 “유튜브 영상은 방송이 아닌 인터넷 서비스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의 내용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뉴스가 편향되고 심지어 돈벌이용으로 만들어지는 가짜뉴스에 밀리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발언을 내보냈다. 조선일보의 적은 다시금 조선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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