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조기폐쇄하겠다고 결정해놓고도 수명연장 소송을 계속 진행중이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심에서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고도 항소심 법원의 결정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소송에서도 패소하고 사업자인 한수원은 스스로 폐로 결정까지 해놓고도 국민 혈세로 소송비용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주변 거주주민 등 2167명이 낸 수명연장무효확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으나 항소해 재판중이다. 여기에 한수원도 제3자 참여로 원안위와 함께 피고참여인으로 재판에 합류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으로 재판의 실이 없는데도 항소심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의에 13일 저녁 보내온 답변서에서 “소송이 진행 중에 있으며, 재판의 실익이 있는지는 법원이 결정할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계속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취하 계획에 대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폐로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수명연장 항소심 소송에서 소를 취하하지 않고 있다. 한수원 법무실 관계자는 14일 “한수원 입장에서 소취하 여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향후 원안위와 협의가 있어야 하지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월성 1호기의 위법한 수명연장을 한 반성은커녕 국민세금으로 소송을 이어가면서 여전히 원안위 ‘원자력 마피아’를 대변하는 모습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소송인단의 법률대리인인 김영희 변호사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명연장 결정(운영변경허가)라는 중요 절차에서 원안위 과장이 91건을 다 전결 처리하고, 최신기술기준인 R-7 적용 안한 것은 중대한 위법”이라며 “이를 수용하고 이밖에 다른 문제점도 조사하고 반성해야 하나 계속 다투겠다는 것은 소송결과에만 집착한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이 지난 6월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경영 현안 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이 지난 6월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경영 현안 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희 변호사는 “1심 재판 당시 원안위의 대리인이나 소송수행자가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 안전보다 한수원을 더 걱정하는 태도였다. 한수원의 영업비밀 침해를 더 중시했다. 국민안전은 뒷전이었다. 1심 판결을 수용하고 나아가 수명연장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지적한 불법을 조사해 한 점 의혹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수명연장을 취소하라는데 여기에 항소인으로 참가한 한수원은 앞으로 더 돌리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했다”며 “하지만 (3개월 전에)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 마당에 계속 소송 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혈세낭비”라고 비판했다.

소송인단에 참가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14일 “원안위가 과거 적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과정은 비정상적이었으며 안전을 우선시 하지 않았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양이 처장은 “안전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사과하고 항소를 취하하는 것이 반성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을 두고도 양이 처장은 “‘월성 1호기 폐쇄’ 이사회 결정에 대한 자기 모순”이라며 “김앤장 보수를 보장해줘야 해서 계속 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도 이날 원안위와 한수원의 항소심 재판진행을 두고 “말도 안된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 책임규명해야 하나 아직도 안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11부(재판장 호제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7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안위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원안위가 수명연장 결정(운영변경허가)에서 적법한 심의의결을 하지 않았고, 최신기술기준에 따른 평가를 하지 않았고, 결격사유가 있는 원안위원의 심의의결에 참가하는 등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 월성 1호기. 사진=한수원
▲ 월성 1호기. 사진=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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