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이 너무 황폐화 돼가고 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올해)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년 전보다 20단계 올라 43위가 됐다”고 반박했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이날 이낙연 총리에게 “언론은 제4부라 부르는데 지금 너무 황폐화돼 있다. 특히 공영방송은 혁명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반대파를 숙청하는데 혈안이 됐다”며 “‘땡문뉴스’와 극도의 편파방송으로 공영방송 메인뉴스 시청률은 1%대이고 다른 공영방송도 한 자릿수 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용기 의원은 “국민이 왜 공영방송을 외면하겠나. 언론은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해야지 ‘땡문뉴스’로 아부하면서 죽은 권력에 한없이 부관참시하고 계속 칼을 들이대면 언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 총리는 “개별 회사의 시청률 제고 문제는 개별 회사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개선할 일”이라며 지난 4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8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180개국 중 43위를 기록했음을 강조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였던 2013년 50위, 2014년 57위, 2015년 60위로 떨어졌으며 2016년에는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해 대한민국의 순위는 지난해 63위와 비교해서도 급상승했으며, 미국(45위)보다 높은 언론자유 순위를 기록한 건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7년(39위) 이후 11년 만이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아울러 이 총리는 공영방송 시청률 하락 지적에 “만약 모든 언론사의 문제라면 모든 언론사의 시청률이 전부 낮아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자 정 의원은 “다른 것 때문에 일단은 넘어가겠다”며 화제를 돌렸다.

정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도 공영방송 내 적폐청산 기구를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KBS에 ‘진실과미래위원회’와 같이 감사의 독립성을 해치는 기구를 둬선 안 된다”며 “이미 방송법에 따라 감사실이 있는데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한 수단과 활동으로 불법기구를 만든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박 장관은 “KBS에 대한 부분은 정확히 몰라 그 부분은 뭐라고 말할 수 없으나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박 장관은 정부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등과 관련해선 “지금 적폐청산은 범죄사실이 드러난 것을 수사하는 것이지 보복이나 정치적 박해를 가하기 위해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또 이날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 강조하며 반대세력에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면서 2016년 박근혜·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정의하는 게 맞느냐고 거듭 물었다. 혁명은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권력이 바뀌는 권력교체’인데 지난 촛불집회는 합법적으로 진행됐기에 혁명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낙연 총리는 “일상적으로 큰 변화를 말할 때 ‘혁명적 변화’라는 말을 쓰는 것처럼 재작년 겨울부터 봄까지의 6개월간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에서 벌어진 일은 혁명적인 일”이라며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까지 이뤄진 혁명적 변화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학문적, 역사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남아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박상기 장관도 “국민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촛불집회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등이) ‘촛불혁명’을 언급했듯이 반드시 ‘혁명’이란 용어를 법적으로 사용하진 않은 거로 안다. 권력의 갑작스러운 변화도 정치적 혁명으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이 총리는 지난 박근혜 정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과 현 정부 법원행정처의 ‘셀프 개혁안’ 등과 관련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 총리는 “사법부 내부의 문제에 대해 행정부의 한 사람인 내가 언급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최근 사법부와 관련한 일로 많은 실망을 하고 있고, 정말 이래서 어떡할 것인가 큰 절망의 벽 앞에 서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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