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TV조선에 또 다시 법정제재를 추진한다. 일단 오보·막말·편파방송 조항은 적용하지 않아 관련 법정제재를 연 4건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TV조선의 재승인 조건과는 무관한 제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강진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내용을 내보낸 지난 6월25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법정제재 ‘주의’를 건의했다. 

이날 ‘신통방통’은 피해자가 살해 당한 배경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조교제’ ‘몸캠’ 등 사안과 무관한 내용을 언급해 문제가 됐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이렇게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 원조교제가 있다든지, 아니면 몸캠이라고 해서 야외에서 누드사진 같은 것을 찍어 웹사이트나 이런 데 올려 금품을 얻어내거나”라고 추정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진행자인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문제 된 발언을 제지하기는커녕 패널에게 “50대 용의자가 ‘내가 여고생 하나를 데리고 가는데 너하고 나하고 이 여고생을 어찌어찌 좀 성폭행을’ ‘그다음에 어떻게 하자’ 이랬을 가능성까지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자극적인 대답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이다.

심영섭 위원은 “듣기에 따라서는 이호선 교수의 주장은 피해자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들린다. 사회자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며 “기자협회에서 제정한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 위반이다. 강제할 수는 없지만 지키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은 성폭력 사건보도에 선정적, 자극적 보도를 지양하고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보도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정박문 TV조선 보도본부 편집2부장은 “피해자 여고생을 특정하지 않았다. 맥락을 보면 청소년을 상대로 한 일반적 세태를 짚었다”고 주장했다.

윤정주 위원은 “30분 동안 이 문제를 다뤘다. 왜 이렇게 길게 보도하나. 너무 선정적이어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그러는 건 아닌가”라며 “귀한 시간 할애해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내용이라면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나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오윤정 PD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보도하는 데 의미 있다고 본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면 관계당국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보도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정박문 부장은 “29분 동안 침통하고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뤘는데 (문제가 된) 전반적인 세태를 언급한 내용은 1분이다. 전체적 맥락을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 TV조선 사옥.
▲ TV조선 사옥.

심영섭, 윤정주 위원과 허미숙 소위원장은 법정제재인 주의를, 전광삼 상임위원과 박상수 위원은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내 다수결로 법정제재 주의를 건의했다. 법정제재를 받으면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감점된다. 최종 결정은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TV조선은 지난해 오보·막말·편파방송과 관련한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유지할 것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 받았다. 현재 법정제재 2건이 부과된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방송이 법정제재를 받더라도 재승인 조건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조항을 검토했으나 품위유지는 조항 자체가 모호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하지 않아 객관성 위반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체회의의 판단이 남은 만큼 다시 오보·막말·편파방송 조항을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복수의 방통심의위 관계자에 따르면 TV조선은 법정제재를 받은 풍계리 1만 달러 취재비 보도에 재심을 청구했다. 오는 17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TV조선의 재심 요청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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