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대통령 부부를 어떻게 표현해왔을까. 어느 대통령이 더 ‘부정적 표현’으로 평가됐을까.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언론학보에 실린 논문 ‘2000년 이후 언론에 표현된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에서 2000년 이후 대통령 부부를 묘사한 언론보도를 빅데이터 분석했다. 분석대상은 17년 간 기사에 나온 형용사 108만288개다.

분석 결과 ‘긍정형용사’가 많은 대통령은 김대중 > 이명박·박근혜 > 김영삼 > 노무현 > 최규하 > 노태우 > 이승만 > 박정희 > 윤보선 > 전두환 순이었다. 

대통령 부인의 경우 손명순(김영삼 아내) > 공덕귀(윤보선 아내) > 프란체스카(이승만 아내) > 이희호(김대중 아내) > 김윤옥(이명박 아내) > 권양숙(노무현 아내) > 육영수(박정희 아내) > 김옥숙(노태우 아내) > 이순자(전두환 아내) > 홍기(최규하 아내) 순으로 긍정형용사가 많았다. 전두환 부부는 ‘부정형용사’가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 이승만 전 대통령(왼쪽)과 박정희 전 대통령.
▲ 이승만 전 대통령(왼쪽)과 박정희 전 대통령.
논문을 보면 이승만은 ‘긍정적, 젊은, 최초로, 다양한, 자랑스러운(이하 긍정형용사), 부정선거, 독재자, 독재정권, 장기집권(부정형용사)’ 등의 형용사가 많았다. 아내 프렌체스카는 ‘최고의, 다양한, 아름다운, 인간적(긍정)과 부정선거, 독재, 독재자, 전통적(부정)’이 많았다. 이승만보다 아내가 훨씬 긍정적으로 표현됐다.

윤보선은 ‘다양한, 젊은, 부드러운, 유일한(긍정), 부정선거, 짧았던, 물러난, 상징적, 패배한, 허수아비(부정)’이 많았다. 아내 공덕귀는 ‘아름다운, 가까운(긍정), 먼(부정)’이 많았다. 윤보선은 전두환 다음으로 부정형용사가 많았다. 공덕귀는 손명순 다음으로 긍정형용사가 많았다.

공덕귀는 1974년 윤보선이 민청학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구속자가족협의회의 회장을 맡았다. 1977년부터는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지원했다. 1978년 동일방직사건긴급대책위원회 위원, YH대책위원회 위원 등도 지냈다. 이런 이력은 긍정형용사가 많았던 이유로 풀이된다.

박정희는 ‘젊은, 바른, 긍정적, 다양한, 최고의(긍정), 독재자, 독재정권, 장기집권, 나쁜(부정)’ 등 표현이 많았다. 부인인 육영수는 ‘좋아하는, 지적, 젊은, 새로운, 아름다운(긍정) 독재, 격한, 나쁜, 고집(부정)’이 많았다.

박종민 교수는 “박정희는 과거 연구에서 비전제시, 인사관리, 위기관리능력과 경제 분야와 교육·과학·기술 분야 등의 자질 분야에서 우수한 인물로 평가됐다”면서도 “박정희는 음양으로 평가가 구분되는 인물이며 ‘독재자, 독재정권, 장기집권, 나쁜’의 부정적 형용사에서 여실히 표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육영수의 적극성이 박정희에 비해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공덕귀, 프렌체스카에 비해서는 부정적 형용사가 많았던 결과에 비춰 박정희 독재의 그늘 또는 영부인의 적극적 정치 참여 활동에 대한 찬반론으로 평가가 양분되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두환 부부는 부정적 표현이 많았다. 전두환은 ‘젊은, 애도, 사랑하는, 적극적인, 화려한(긍정), 비리, 독재정권, 독재자, 조사를 받은, 저지른(부정)’ 등 표현이 많았다.

부인인 이순자는 ‘화려한, 훌륭한, 건강한, 선호한(긍정), 비리, 억울한, 조사를 받은, 거친(부정)’이 많았다. 전두환은 부정 표현이 가장 많은 대통령이다. 이순자 역시 홍기 다음으로 부정 표현이 많았다. 유사하게도 부부는 ‘화려한, 비리, 조사를 받은, 저지른, 독재자’ 모습으로 평가됐다.

▲ 1996년 8월26일 12·12 및 5·18사건 선고 공판에 전두환·노태우가 재판 시작에 앞서 서있는 모습. 사진=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 1996년 8월26일 12·12 및 5·18사건 선고 공판에 전두환·노태우가 재판 시작에 앞서 서있는 모습. 사진=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노태우는 ‘보통사람, 최초로, 평화적, 젊은, 적극적(긍정), 비리, 조사를 받은, 실패한, 나쁜, 부정부패, 독재자(부정)’ 등 표현이 많았다. 박 교수는 “노태우의 특징은 본인이 노력해 자신을 이미지화하고 싶었던 ‘보통사람’, ‘평화적’이라는 단어가 대표 형용사로 자리잡고 있었다”며 “객관적 평가를 떠나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PI(President Identity·이미지 전략)가 실현 가능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김영삼은 ‘애도, 세계화, 젊은, 바른, 적극적(긍정), 실패한, 불편한, 부정부패, 거친(부정)’이 많았다. 아내 손명순은 ‘애도, 바른, 개혁, 지적(긍정), 불편한, 시달린, 독재, 침통한(부정)’ 빈도가 높았다.

김대중은 ‘애도, 적극적, 젊은, 긍정적, 다양한(긍정), 기득권, 실패한, 전통적, 빨갱이(부정)’이 많았다. 부인인 이희호는 ‘지적, 새로운, 적극적, 개혁(긍정), 비리, 전통적, 독재, 불편한, 슬픈(부정)’이 많았다. 

김대중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긍정형용사가 가장 많았다. 이희호 여사도 역대 대통령 아내 10명 가운데 4위로 긍정형용사가 많았다. 두 사람은 적극적이고 개혁적인 긍정 이미지가 있는 부부이지만 ‘빨갱이’, ‘기득권’, ‘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도 공존했다. 언론이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기한 색깔론 영향으로도 보인다.

노무현은 ‘애도, 적극적, 젊은, 평화적(긍정), 기득권, 심각한, 실패한, 나쁜(부정)’이 많았다. 부인 권양숙은 ‘애도, 바른, 개혁, 가까운(긍정), 비리, 조사를 받은, 침통한, 아쉬움(부정)’이 많았다. 노무현의 경우 긍정형용사는 대통령 중 5위였다. 권양숙은 대통령 부인 가운데 6위였다.

박 교수는 “노무현 삶의 마감은 ‘애도, 침통한’이라는 이미지를 가져다줬다. ‘적극적’, ‘젊은’, ‘개혁’, ‘가까운’의 긍정적 이미지도 부부가 공유하고 있었다”면서도 “권양숙의 경우 ‘조사를 받은’, ‘비리’, ‘아쉬움’ 등 부정형용사가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와 이명박이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웃고 있다. ⓒ연합뉴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와 이명박이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은 ‘적극적, 긍정적, 전략적, 실질적(긍정), 심각한, 격한, 부정적인, 실패한(부정)’이 많았다. 부인 김윤옥은 ‘세계화, 지적, 새로운, 다양한, 수수한(긍정), 비리, 평범한, 조용한, 무책임, 별다른(부정)’이 많았다. 

박 교수는 “‘전략적’, ‘실질적’ 같은 긍정형용사는 다른 대통령에게서는 잘 등장하지 않은 형용사”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명박은 각종 비리로 구속됐으며 김윤옥 역시 비리와 관련해 조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박근혜 평가는 향후 역사적 시간이 지난 후 점차 재평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는 ‘적극적, 긍정적, 실질적(긍정), 비리, 불통, 심각한, 부정부패, 무책임(부정)’이 많았다. 박근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두 번째로 긍정형용사가 많았다.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이 이명박·박근혜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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