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청와대가 2기 참모진 개편안을 발표하고 40여일이 지났는데 유독 국정홍보비서관 인사만 오리무중이다.

청와대는 지난 7월27일 “대통령비서실은 국정 과제를 더욱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조직 진단을 실시했고, 이에 따른 2기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영업비서관이 신설됐고, 교육문화비서관은 교육비서관과 문화비서관, 홍보기획비서관은 홍보기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 연설비서관은 연설비서관과 연설기획비서관으로 분리됐다. 정무기획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은 정무비서관으로,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은 자치발전비서관으로, 사이버안보비서관과 정보융합비서관은 사이버정보비서관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기존 3실장 12수석 48비서관 체제를 3실장 12수석 49비서관 체제로 변경했다.

▲ 청와대. ⓒ 연합뉴스
▲ 청와대. ⓒ 연합뉴스
청와대 2기 개편안 발표 후 인사는 크게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상징성이 컸던 자영업비서관은 개편안 발표 이후 열흘이 채 안돼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 회장이 임명됐다. 그리고 열흘 후 8월16일 유민영 전 춘추관장이 국정홍보기획비서관으로 임명되고, 문화비서관(남요원 문화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인사비서관(김봉준 인사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임명됐다. 지난 7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종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자리에 최강욱 변호사가 임명됐고, 김홍수 교육비서관이 사직하면서 이광호 경기도 교육청 장학관이 교육비서관으로 왔다. 2기 개편안에 따라 분리된 자리 중 인사가 발표가 나지 않은 것은 국정홍보비서관이 유일하다.

청와대 2기 개편안의 핵심은 홍보 및 소통의 강화다. 국민소통실 산하 비서관이 6개로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정홍보기획비서관에 위기관리 자문회사를 운영했던 유민영 전 춘추관장을 영입한 것도 문재인 정부 2기의 소통 강화 계획이 반영돼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작용 중 메시지 전달에 있어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정홍보비서관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도 어느 때보다 국정 홍보 및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이에 걸맞은 적임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홍보비서관은 각 정부 부처 간 정책홍보를 조율하고 단일한 메시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메시지 전달상 혼선을 일으키는 상황을 방지하고, 부처간 불만도 잠재우면서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전달하는 등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특히 난타를 당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문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북미관계 문제, 남북정상회담 의제 홍보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책 혼선이 빚어지면 이를 정리하고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청와대가 정부 부처 홍보를 콘트롤하는 자리를 만든 만큼 조직 장악력과 내부 소통 능력도 갖춰야 한다.

국정홍보비서관은 정부 비판 매체와의 소통에도 나서면서 리스크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역대 정부에서 국정홍보비서관에 언론인 출신을 선호했던 이유다. 언론인 출신이면서 균형 감각이 있고, 조직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특정 언론사 출신의 인사가 국정홍보비서관에 오면 언론에 주는 신호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혹은 진보 매체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문재인 정부의 대언론관계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반면 언론인 출신보다는 정책홍보전문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홍보비서관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도 여러 고려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요즘 국정홍보비서관은 죽어나는 자리가 될 수 있어 적임자로 볼 수 있는 인물을 계속 찾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정홍보비서관 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청와대 참모진이 직접 언론과 접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미디어에 출연해 정책 기조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인태연 자영업비서관도 언론과 직접 인터뷰를 했다. 집권 1년차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정책 혼선을 빚어 대국민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판단하면 적극 미디어와 접촉해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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