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항공 조업노동자 ㄱ씨는 한 달 ‘340시간’ 일했다. 매일 16시간씩이다. 수면시간은 4시간이 채 안됐다. 새벽 5시 출근해 밤 11시께 마치는 새벽출근이 3일 연속 생기면 고역이었다. 이런 날엔 공항 휴게실에서 잤다. 주차장에 있는 차에서 3시간 눈 붙이고 나오는 직원도 있었다. “매일 밤이 잠을 위한 전쟁”이었다.

이 달 ㄱ씨의 연장노동시간은 140시간. 연장제한 기준 월 48시간의 3배가 넘는다. 이달 100시간 넘게 추가노동한 직원은 25명이 더 있다. 팀 100여 명 중 4분의1이다. 팀 절반은 80시간 이상 연장근무했다. 1주 평균 60시간 노동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 기준이다. 팀 절반이 과로 기준을 훌쩍 넘긴 채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넘게 일하고 있다.

항공사 조업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시간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과로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데다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현장에선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를 재논의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아시아나에어포트 지상조업A팀(정원 100여 명) 1년간 연장 근무표. 1년 총 노동시간 칸 괄호 안 내용은 조업노동자와 2016년 임근근로자 평균 노동시간 차이다. 조업노동자들이 평균 1200~1300시간 더 일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 아시아나에어포트 지상조업A팀(정원 100여 명) 1년간 연장 근무표. 1년 총 노동시간 칸 괄호 안 내용은 조업노동자와 2016년 임근근로자 평균 노동시간 차이다. 조업노동자들이 평균 1200~1300시간 더 일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미디어오늘이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을 맡는 아시아나에어포트 조업A팀의 지난 3년간의 연장근무표를 확인한 결과 100명 중 70명이 일상적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달 300시간 넘게 일한 직원은 지난 1월에만 26명, 지난 3월에는 24명에 달했다. 지난 1~5월 간 숙련직원 39명의 평균 연장노동시간은 △115시간(1월) △77시간 △97시간 △68시간 △70시간(5월)에 달했다. ‘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 시간 조항을 모두 위반한다.

이들 장시간 노동이 법 위반이 아닌 이유는 ‘노동시간 특례조항’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59조에 적힌 ‘노동시간 특례업종’은 ‘연장노동은 주 12시간까지만 허용한다’는 법 적용에서 특별히 제외된다. 항공기 수하물‧화물을 하역‧탑재하고 급유를 하는 등의 지상조업은 항공운송업으로 분류된다. 항공운송업을 포함한 육상‧수상 운송업, 보건업이 특례업종이다.

현장노동자들은 항공운송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길 기대했지만 유지됐다. 지난 2월 국회는 50년 간 유지된 특례업종 26개중 21개를 폐기하면서 운송‧보건업 5개 업종을 남겨뒀다. 대신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조항이 보호 조항으로 신설됐다. 연장 노동 상한선은 정하지 않지만 출‧퇴근 사이 반드시 11시간은 쉬어야 한다고 정해놨다.

▲ 항공사 지상조업 자료사진.
▲ 항공사 지상조업 자료사진.

조업노동자들은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며 특례업종 폐기를 주장한다. 아시아나에어포트 직원 ㄴ씨는 “11시간 연속 휴식이 지켜져도 한 주에 78시간(6일)까지 근무할 수 있다. 주 60시간을 훌쩍 넘긴다”며 “11시간 연속 휴식도 지난 6개월 간 지켜진 적 없다. 지난 8월에도 일주일에 2~3번씩 3시간 눈붙이고 일 나갔다”고 말했다.

한 퇴직직원 ㄷ씨는 “교통사고도 날 뻔 한 적이 있다”며 “새벽 퇴근길에 1차선을 탔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다리 위 3차선에 있더라. 거기서 떨어지면 바로 바다다. 그때부터 차에 온갖 과자를 사놨다. 먹으면서 가야 졸리지 않더라”고 말했다.

유성규 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이와 관련 “특례조항은 1960년 신설됐지만 특례업종 기준이 무엇인진 아직 명확하게 정리된 바 없음에도 유지되고 있다. 실상 무제한노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이를 폐지하고 다른 조항을 통해 노동시간을 규제해도 문제없을 것”이라며 “남은 5개 업종의 폐기를 국회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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